스페인 메르카도 트라디시오날(Spain Mercado Tradicional)

시장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이 있을까? 전통적이지만 낡고 불편한 이미지가 그 중 하나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산업화와 도시화 속에서 깔끔하고 편리한 마트가 재래시장의 역할을 대체한지 이미 오래 지났다. 시장 상인들은 큰 기업의 체인점과 경쟁하는데 있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선택은 깔끔하게 정렬된 상품들과 주차장까지 완비된 마트를 선택하기 마련이다. 사람들의 선택을 돌리는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스페인에도 시장과 마트가 함께 존재한다. 전통적인 시장의 역할이 서서히 흐려지면서 이곳에선 시장의 겉모습과 내용에 변화를 가하며, 어느 때보다 큰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다. 여느 마트나 백화점 부럽지 않은 활발함을 유지하는 스페인 시장의 현주소를 알아보고자 한다.

 

 

 

쿠이네스 데 산타 카테리나(Cuines de Santa Caterina)

 

바르셀로나 대성당(Barcelona Cathedral)에서 주위를 둘러보면 길 건너편에 알록달록한 물결 형태의 지붕이 보인다. 외관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이곳은 건축 디자이너 엔릭 미랄레스(Enric Miralles)와 베네데타 타글리아부에(EMBT, Benedetta Tagliabue) 스튜디오가 함께 진행한 리노베이션으로 여러 색깔의 타일을 연결해서 만든 모자이크 지붕이 트레이드 마크다. 신선한 건축으로도 알아주는 이곳은 신선한 과일, 야채, 육류 등 없는게 없지만 그 중에서도 어류와 해산물로 유명하다. 이 시장을 더욱 유명하게 만든 8할은 내부에 있는 레스토랑 쿠이네스 데 산타 카테리나이다. 매일 신선한 재료를 바로 공수할 수 있는 장점과 더불어 현대적인 인테리어를 접목시켜 여느 레스토랑 부럽지 않은 모습을 갖추고 있다. 믿음직한 재료로 만들어진 지중해 요리를 시장 옆에서 바로 맛볼 수 있으니 현지인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도시를 대표하는 현대적인 건축으로서, 그리고 신선한 음식을 맛있고 또 멋있게 맛 볼 수 있는 공간으로서 더 이상 우리가 아는 평범한 시장의 역할을 넘어섰다.

 

 

 

메르카도 데 산 미구엘(Mercado de San Miguel)

 

마드리드 사람들과 관광객들 사이에선 이미 명소 중 하나인 산 미구엘 시장은 전면이 유리창으로 되어 보기 좋게 놓인 과일과 식재료들, 그리고 이를 환히 비춰주는 조명이 독특한 역할을 해서 밖에서 보기만 해도 들어가 보고 싶게끔 마음을 움직인다. 1916년에 알폰소 두베이 디에즈(Alfonso Dubé y Díez)의 주도 하에 만들어진 건물로 2009년에 새로 문을 열어 현대식으로 탈바꿈하였다. 식문화의 중심부라고도 일컫는 이곳에서는 물론 식재료도 살 수 있지만, 각기 다른 스탠드에서 타파스(Tapas)를 시키거나 다양한 음식을 맛 볼 수 있다. 저녁에 와인 한 잔을 하기에 좋은 분위기라 장보러 오는 사람보다 보는 재미가 갖춰진 이 공간에서 먹고 마시며 즐기러 오는 사람들이 더 많다.

 

 

 

메르카도 데 라 보께리아(Mercado de La Boqueria)

 

바르셀로나의 중심 람블라(Rambla) 거리에 자리 잡은 보께리아 시장은 스페인 전체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스페인의 대표적인 셰프 페란 아드리아(Ferran Adria)가 미식의 성지로 부를 만큼 온갖 재료가 다 갖춰진 이곳은 시장의 전문성은 두말할 나위 없고, 탐스럽게 놓인 과일들과 이곳저곳에서 자태를 뽐내는 다양한 식자재들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바르셀로나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자주 등장하는 보께리아 시장의 색색깔 과일 탑을 보면 시장 사람들의 미적 감각에도 후한 점수를 주게 된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진리를 이들은 잘 알고 있다. 보께리아 시장에서 만든 생과일 쥬스는 바르셀로나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의 머스트(Must)가 되었고, 이곳에서 오랜 시간 함께한 바에서 먹는 신선한 요리 또한 필수 코스가 되었다. 다른 곳에 비해 현대적인 디자인이 가미된 외관은 아니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자연스럽게 자생할 수 있도록 경쟁력을 키운 시장의 대표적인 예이다. 그래서 시장 특유의 생생함은 유지되고, 새로운 시도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특히나 모던한 시장들의 원조이자 모티브가 된 곳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메르카도 데 산 일데폰소(Mercado de San Ildefonso)

 

마드리드의 산 일데폰소 시장은 스트리트 푸드 마켓(Street Food Market)을 컨셉으로 최근 새롭게 단장하여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말라사냐(Malasaña)와 추에카(Chueca) 지구에 자리하고 있다. 어디가 시장인가 싶을 정도로 모던한 모습을 한 이곳은 3층짜리 건물로 콘크리트 벽면, 철제 가구 등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이곳의 주요상품은 식재료 판매가 아닌, 테이크아웃까지 되는 조리된 음식을 판매한다. 테라스까지 마련되어 있어 바깥공기를 쐬며 한잔할 수 있는 에프터 워크(After Work)나 스트리트 푸드 페스트(Street Food Fest) 등 시장이지만 시장 같지 않은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이런 시장들의 변화는 스페인 곳곳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마트나 유통 체인점에서는 보기 힘든 전문성, 그로 이어지는 식재료에 대한 믿음, 직접적인 소통과 생생한 분위기와 같은 강점은 살리되, 깔끔함을 더하고 현대적인 인테리어로 이용을 장려한다. 또한 식자재를 사고파는 익숙한 시장의 역할을 넘어, 미식과 다양한 경험을 선사하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렇게 현재의 흐름에 발맞춰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스페인의 시장 풍경이 한국에서도 활발해지길 기대해본다.

 

http://www.mercatsantacaterina.com

http://www.mercadodesanmiguel.es

http://www.boqueria.info

http://www.mercadodesanildefonso.com

http://www.designdb.com/drepo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