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London)의 밤거리를 화려한 빛과 색채로 물들인 뤼미에르 페스티벌이 열렸다. 웨스트민스터 사원(Westminster Abbey), 트라팔가 광장(Trafalgar Square), 피카딜리 서커스(Piccadilly Circus) 등 도심의 랜드마크와 야외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예술 작품은 런던을 찾은 많은 이들에게 뜻밖의 즐거움을 선사했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아티초크(Artichoke)는 영국의 창작 예술 단체로 도시 공간을 무대로 한 퍼포먼스와 페스티벌을 선보이며, 폭넓은 대중에게 예술의 가치를 전달하는 데 힘써왔다. 뤼미에르 페스티벌은 2009년 영국 더럼(Durham) 지역에서 시작되어 올해 처음 런던에서 공개되었다. 총 31점의 작품 중에 관객의 이목을 끌었던 대표작을 추려 소개하려 한다.
1.8 London by Janet Echelman
런던의 대표적인 쇼핑가 옥스퍼드 서커스(Oxford Circus)에는 유령에 홀린 듯 넋 놓고 하늘을 바라보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공중에 매달린 추상적인 형태의 그물과 그 위를 흐르는 오색 물결은 아티스트 자넷 에힐만(Janet Echelman)의 작품이다. 1.8은 2011년 일본을 덮친 지진으로 지구의 자전 속도가 1.8 마이크로초 빨라졌다는 연구 결과에서 착안해 붙인 이름으로 당시 관측된 자연현상을 3D 형태로 재현한 결과물이다. 행사에 맞춰 공개한 애플리케이션을 내려 받아 설치물의 색상과 패턴을 조절할 수 있다.
Keyframes by Groupe Laps
리젠트 스트리트(Regent Street) 한복판에는 스틱맨의 화려한 묘기가 펼쳐졌다. 리버티 하우스(Liberty House) 건물 외벽을 뒤덮은 LED 막대 조명이 차례로 점멸되면서 스틱맨의 연속적인 움직임을 보여준다. 현란한 배경음악과 함께 펼쳐지는 애니메이션은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프로듀서, 아티스트, 뮤지션, 조명 디자이너 등 다양한 전문가로 구성된 프랑스 예술 단체 그룹 랩스(Groupe Laps)는 간단한 내러티브(Narrative)를 키네틱 아트(Kinetic Art)에 녹여내 관객의 몰입을 이끌었다.
Luminéoles by Porté Par le Vent
상상 속에서나 봤을 법한 하늘을 나는 물고기가 리젠트 스트리트(Regent Street)를 유유히 헤엄친다. 몸, 꼬리, 날개 부분에 설치된 LED 조명의 색이 변하면서 보는 재미를 더한다. 긴 줄로 연결된 물고기를 연을 날리듯 직접 조종해 볼 수 있다.
Elephantastic! by Top' Là Design
피카딜리 서커스(Piccadilly Circus)를 걷다보면 어디선가 코끼리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들려와 이목을 집중시킨다. 아케이드 입구 위에 3D 그래픽으로 재현된 실물 크기의 코끼리는 정글 속으로 빠져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Garden of Light by Tilt
레스터 광장(Leicester Square)의 정원은 봄이 찾아온 듯 눈부신 모습으로 변신하였다. 형형색색의 나무와 꽃이 마치 축포를 터트린 듯 밤의 풍경을 아름답게 장식한다. 프랑스의 아티스트 틸트(Tilt)는 조명 예술을 통해 도시와 자연의 경계를 허물고자 하였다.
Aquarium by Benedetto Bufalino & Benoit Deseille
스마트 폰이 필수가 되면서 더 이상 쓸모없어진 공중전화 박스를 열대어가 가득한 수족관으로 재탄생시켰다. 프랑스의 아티스트 베네데토 버팔리노(Benedetto Bufalino)와 베노이트 데세일레(Benoit Deseille)의 작품은 일상적인 소재를 사용해 대중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역할을 한다. 작품을 보고 있으면 전화박스 너머로 드넓은 바다가 펼쳐질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The Light of the Spirit by Patrice Warrener
프랑스의 아티스트 파트리스 워러너(Patrice Warrener)는 디지털 페인팅과 프로젝션 맵핑을 통해 웨스트민스터 사원(Westminster Abbey)의 서쪽 입구를 환상적인 색채로 물들였다. 그의 작업은 역사적인 건축물의 아름다움을 재조명할 뿐 아니라 조각으로 남겨진 20세기 순교자가 환생한 듯한 상상에 빠지게 한다.
Circus of Light by Ocubo
19세기 곡물 창고로 쓰였던 킹스 크로스(Kings Cross) 창고건물 전면엔 애니메이션이 맵핑되어 마법 같은 빛의 서커스로 안내한다.
Spectra 3 by Field
런던의 에이전시 필드(Field)는 디지털과 물리적 영역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해왔다. 이번 뤼미에르 페스티벌에서는 전파 망원경에서 영감을 받은 설치물을 선보였다. 실내에 들어서면 신비로운 음악과 함께 설치물이 움직이며 빛을 반사한다. 영원과 무한 등 다소 추상적인 주제로 조명, 음향 움직임을 큰 흐름 안에 담아내 감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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