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초라하고 후미진 공간에 실용성과 아름다움이 동시에 충족됐을 때의 놀라움은 색다른 충격과 긴 여운을 남긴다. 꼭 필요하지만, 디자인에 대한 기대치는 가장 낮은 공공 화장실일 경우가 그렇다. 100여 년 역사를 가진 캐나다 로얄 온타리오 뮤지엄(ROM)의 커렐리 홀(Currelly Hall) 화장실이 그 좋은 예일 것이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늘 방문자로 붐비지만 로얄 온타리오 뮤지엄 1층에 자리한 커렐리 홀은 종종 박물관 행사가 열리는 공간이어서 화장실 체증이 특히 심하다. 토론토 로컬 건축디자인 회사인 슈퍼쿨(Superkül)은 40여 년간 사용된 낡은 화장실의 리노베이션을 통해 박물관에 걸맞은 우아한 디자인과 동선단축, 유지비 절감의 성과까지 거뒀다. 이로 인해 이 프로젝트는 캐나다 유일의 인테리어 디자인상인 올해 최고의 디자인상(Best of Year Awards)의 2014년 수상작 중 하나가 되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세면대의 유려한 곡선이 시선을 잡아끈다. 슈퍼쿨은 자연 문화사 박물관인 ROM과 통일성을 주기 위해 이곳에 전시된 추상적이면서도 곡선미가 돋보이는 화석에서 힌트를 얻었다. 바닥에는 타일이 아닌 블루 그레이 컬러의 테라초(Terrazzo, 대리석이나 화강암 등을 잘게 부숴 시멘트를 혼합해 광택을 낸 인조석)를 깔았는데, 틈새 없이 매끄러운 바닥은 청소 또한 용이하게 한다. 화장실로 들어서는 입구에는 박물관의 광물 느낌을 닮은 무지갯빛 모자이크 벽면으로 꾸며졌다. 벽면의 빛이 바닥에 화려하게 반사되며 바닥과 벽이 자연스럽게 하나로 어우러진다.
낮은 곳은 어린이와 휠체어 사용자를, 높은 곳은 어른들을 위해 높낮이를 달리한 세면대가 있다. 여러 개의 수전(水栓)은 가장 획기적인 시도로 보인다. 수전 중앙으로 손을 가져가면 자동으로 물이 나오는데, 손을 다 씻은 후 수전의 꼭지를 양쪽으로 벌리면 핸드 드라이어가 된다. 손을 말리기 위해 종이 타월로 닦거나 젖은 손으로 움직이지 않아도 되니 자원절약은 물론 화장실 바닥이 물로 흥건해지는 것도 막을 수 있다. 동선이 엉키지 않아 화장실에서 보내는 시간도 자연스럽게 단축된다. 동선 단축에 대한 고민은 아기 기저귀를 가는 선반에서도 볼 수 있는데, 선반과 기저귀 휴지통을 위아래로 붙이는 간단한 아이디어로 해결됐다.
2002년 설립된 슈퍼쿨(Superkül)은 공간에 대한 신선한 해석으로 지난해 여러 차례 건축 디자인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았다. 캐나다 최대의 홈 빌더인 그레이트 걸프(Great Gulf)의 의뢰로 온타리오주 나이아가라 폭포 주변 마을에 들어선 캐나다 최초의 액티브 하우스 역시 슈퍼쿨(Superkül)의 작품이다.
독일에서 개발된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와 마찬가지로 덴마크에서 시작된 액티브 하우스(Active House) 역시 친환경 건축이다. 패시브 하우스가 외부 공기의 출입을 최대한 막아 최소한의 냉난방으로 적정한 실내온도를 유지하는 데 주력한다면 액티브 하우스는 단열 처리된 많은 유리창과 천장에 낸 채광창을 통해 자연광을 들이고 효율적으로 환기를 하며 외부의 에너지를 거주자의 쾌적한 실내 환경을 위해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캐나다 최초의 액티브 하우스는 천장에 낸 채광창을 통해 자연광을 최대한 끌어들인다.
브뤼셀에 있는 액티브 하우스 연합의 기준을 따른 이곳은 검은 벽돌과 삼나무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외관을 가졌다. 복층의 주택 곳곳에 채광창은 물론 추운 계절에도 햇살을 최대한 실내에 들이기 위해 커다란 창문을 북쪽에도 냈다. 1, 2층은 낮의 햇살을 공유하고 맞통풍을 위해 열린 형태로 설계됐는데, 계단 역시 인공조명 사용을 줄이기 위한 열린 공간으로 제작되었다. 2층을 가로지르는 유리 벽 역시 같은 이유에서 탄생한 디자인으로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전력을 공급하는 이곳에선 빗물도 물탱크에 저장돼 화장실과 정원에서 사용된다.
http://www.superkul.ca/project-category/featured
http://www.designdb.com/d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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