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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디자인

영국 왕립예술학교(Royal College of Art) 그래픽 디자인

chocohuh 2014. 12. 26. 09:57

런던 켄싱턴(Kensington) 지역에 위치한 영국 왕립예술학교(Royal College of Art) RCA는 영국 그래픽 디자인을 얘기하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학교이다. 영국에서 유일하게 디자인과 예술에 특화된 대학원 과정으로써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을 배출해왔다. 올해는 RCA의 그래픽 디자인과 현재는 비쥬얼 커뮤니케이션(Visual Communication) 학과가 50주년을 맞이하여 1963년부터 2014년까지 학생들의 주요 작업을 전시하는 자리를 가졌다. 학생들의 개인 작업이나 졸업 전시 카탈로그 작업 외에도 교내에서 열린 다양한 행사 포스터들과 학생들이 발행하는 그래픽 저널들을 선보였다.

 

 

1940년대 교수 리처드 구얏트(Richard Guyatt)는 학과의 이름을 그래픽 디자인으로 명명하고 커머셜 아티스트 또는 포스터 아티스트로 불리며 역할이 모호했던 시대에 전문적인 그래픽 디자이너를 양성하기 위한 교과과정을 마련했다. 당시 RCA는 영국의 전통을 중시하고 일러스트 기반의 순수 예술 지향적인 학풍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1950년대에 들어서 학생들은 이러한 학풍에 반항하는 작업들을 선보이기 시작한다. 사회와 산업 전반에 모더니즘 사상이 퍼져있었고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이러한 흐름에 동참했다.

 

 

1950년부터 학생들이 제작해온 그래픽 저널 ARK 13호를 보면 그 변화가 눈에 띄게 드러난다. 펜타그램(Pentagram)의 창립자로 유명한 알란 플레처(Alan Fletcher)가 학생일 때 작업한 것으로 왼쪽 12호와 같이 영국의 전통적인 일러스트 일색이었던 잡지 표지를 모던하게 바꾸었다. 이후 발행된 ARK 저널을 보면 사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표지들이 자주 등장한다. 당시 RCA 교수들은 사진을 활용한 디자인을 요행을 부리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1950년대에서 1960년대 이르러서는 교수진들도 외면하기 힘들 정도로 추세가 점차 강해졌다.

 

 

ARK 12, ARK 13 1955

 

 

ARK 36 1964

 

1960년대 작업을 보면 당시 주변 유럽국가에 만연하던 절제된 모더니즘 혹은 진취적인 아방가르드 스타일과는 또 다른 RCA만의 신선하고 젊은 감각의 디자인을 볼 수 있다. 학교의 높아진 위상을 자랑하듯 1963년에는 RCA 그래픽 학과의 15주년 전시가 열렸다. 전시에 참여한 학생 중에는 영국의 대표적인 일러스트 작가 데이비드 젠틀맨(David Gentleman), 마이클 포먼(Michael Foreman)과 디자이너 알란 플레처(Alan Fletcher), 글래디에이터 영화감독 리들리 스콧(Ridley Scott)이 포함되었다.

 

 

John Fenton Brown: RCA Music Society Poster 1961

 

 

Jon Hall: Poster for a Fine Art Exhibition by David Hockney 1962

 

 

Neville Mankin: Poster for the Graphic Design Degree Show 1963

 

 

Thelma Roscoe: Poster for Original Graphics RCA: 15주년 전시 1963

 

1970년대를 대표하는 RCA 학생의 작업으로는 밴드 롤링 스톤즈(Rolling Stones)의 로고가 있다. 밴드의 콘서트 투어 포스터 디자인 작업을 RCA 학생이었던 존 파셰(John Pasche)에게 의뢰했고 이어 밴드 로고를 디자인하게 됐다. 롤링 스톤즈는 힌디 문화에 관심이 많았고 그에게 인도 여신 칼리(Kali)의 동상을 보여주었다. 여신의 길게 뻗은 혀와 입술을 단순화시켜 디자인했고 이 로고는 팝 뮤직 역사상 가장 유명한 로고로 손꼽힌다.

 

 

John Pasche: Original Design for the Rolling Stones 1971

 

 

Ray Gregory: RCA Film Society Poster for Taste The Blood of Dracular 1971

 

 

Ray Gregory: RCA Football Club poster 1971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의 시기는 미국과 영국의 그래픽 디자인 역사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급격한 발전을 이루었을 때였다. 1985년부터 2년간 네덜란드의 대표적인 디자이너 게르트 덤바(Gert Dumbar)RCA의 교수직을 맡았다. 덤바는 학생들이 객관적인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자기표현의 수단으로서 디자인을 하도록 장려했다. 이때의 졸업생으로는 타입 디자이너 필 바네스(Phil Banes)와 조나단 반브룩(Jonathan Barnbrook) 그리고 Why Not Associates를 결성한 앤디 알트만(Andy Altman), 데이비드 앨리스(David Ellis), 하워드 그린헐(Howard Greenhalgh)이 있다. 이들은 공통으로 타이포그래피와 그래픽 형태를 이용한 실험 작업에 심취해 있었다. 스튜디오를 차리기 전에 타 디자인 회사에서 실무 경험을 쌓는 것이 관행처럼 여겨지던 시절에 세 명의 졸업생이 의기투합하여 만든 디자인 스튜디오 Why Not Associates는 많은 주목을 받았고 이후 졸업생들끼리 스튜디오를 결성하는 추세가 강해졌다. 이때 결성된 디자인 스튜디오로는 Graphic Thought Facility, Fuel, Kerr Noble, A Practice for Every Day Life가 있다.

 

 

Jonathan Barnbrook: A Typography Experiment, Design for a Font Called Bastard 1 1990

 

 

Dave Ellis: Vote Labour Poster 1987

 

1990년대에는 이러한 자기 표현적이고, 강렬한 비쥬얼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업을 광고계에서 상품화하고 우려먹으면서 학생들 사이에서 이를 정화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대표적인 디자이너로 Daniel Eatock은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비쥬얼보다 컨셉을 우선시하는 실험적 작업으로 주목을 받았다. 대표적인 작업인 블리딩 아트(Bleeding Art)는 펜을 색깔별로 종이 위에 세워놓아 한 달 동안 종이 위에 스며들도록 놔두고 이를 전시한 작업이다.

 

 

 

Daniel Eatock: Bleeding Art 1998

 

이번 전시는 RCA에 국한되기보다 영국 그래픽 디자인의 50년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앞으로 RCA 졸업생들의 행보가 기대된다.

 

http://www.designdb.com/drepo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