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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디자인

크리스티안 부르(Christian Boer) 그래픽 디자이너

chocohuh 2014. 11. 19. 09:00

네덜란드의 그래픽 디자이너 크리스티안 부르가 난독증을 지닌 사람들을 위한 디슬렉시 폰트(Dyslexie Font)를 선보였다. 난독증이란 신경 질환으로 글자의 시각처리 과정에 단절을 일으켜, 뇌가 문자를 판독하기 어렵게 만드는 증상이다. 영국의 디슬렉시아 액션(Dyslexia Action) 재단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10%가 난독증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난독인은 글을 읽을 때 무의식적으로 머릿속에서 글자의 위아래를 바꾸고, 돌리고, 반전시킨다. 크리스티안 부르 역시 난독증을 갖고 있다. 기존 서체는 난독 증세를 악화시키는데, 몇몇 글자의 디자인이 다른 글자의 디자인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독인은 무의식중에 쌍둥이 글자를 만들어낸다.

 

 

로마 알파벳 26자는 공통적으로 수직선, 수평선, 사선, 곡선의 획에서 파생된다. 그리고 보통 하나의 폰트 디자인이라면 말끔한 일관성을 위해 일정한 디자인을 공유한다. 이처럼 글자가 서로 닮아 보일수록, 난독인이 글자를 분간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진다. 가령 스위스의 헬베티카(Helvetica) 폰트를 보면 n자는 u자를 위아래로 뒤집어 놓은 것이고, d자와 b자 그리고 q자와 p자는 서로의 거울상이다.

 

 

 

 

크리스티안 부르의 폰트에서 글자들은 아래쪽의 비율이 커졌다. 난독자의 심상에서 글자가 위아래로 뒤집히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어센더(Ascender)와 디센더(Descender), 즉 글자를 가르는 두 개의 주 수평선을 넘어서 뻗어 나온 부분들은 기존 폰트보다 더 길어졌다. 덕분에 독자가 글자를 더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평소 비슷해 보이는 글자들은 약간 기울이고 가능한 경우 꼬리를 덧붙여, 서로 비슷해 보이지 않도록 하고 또 글자를 거울상으로 볼 가능성도 줄였다. 여기에 크리스티안 부르는 자간과 단어 간 여백을 넉넉히 두고 대문자와 구두점을 굵게 하여, 문장의 시작과 끝을 확실히 구분하였다.

 

 

글자 하나하나가 명확히 달라 보이게 글자의 형태를 바꾸었기 때문에, 글자를 회전하거나 뒤집거나 거울상으로 본다 해도 다른 글자와 같아 보이지 않는다. 더 두꺼워진 대문자와 구두점은 독자가 자칫 다음 문장 서두로 건너 뛰어 읽지 않도록 해준다.

 

 

 

 

 

크리스티안 부르는 2008년 유트레흐트 아트 아카데미(Utrecht Art Academy)의 졸업 작품으로 디슬렉시(Dyslexie)를 처음 디자인했으며, 2011TED 토크에서 서체 디자인 과정을 소개한 바 있다. 디슬렉시(Dyslexie)는 터키의 제2회 이스탄불 디자인 비엔날레(Istanbul Design Biennial)에 소개되었다.

 

 

http://www.dyslexiefont.com

http://www.designdb.com/drepo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