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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디자인

스위스의 비트라(Vitra)와 핀란드의 아르텍(Artek)

chocohuh 2013. 12. 18. 09:52

핀란드하면 떠오르는 몇 개의 세계적인 브랜드가 있다. 이딸라(Iittala), 마리메꼬(Marimekko), 아라비아(Arabia) 물론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건축가 알바 알토(Alvar Aalto)가 설립한 아르텍(Artek)도 그 중 하나이지만, 201396일 이후 아르텍은 스위스 가구 회사 비트라(Vitra)의 소유가 되었다. 사실, 아르텍은 1992년 이래로 스웨덴의 한 투자 회사인 프로벤투스(Proventus)의 소유였기 때문에 이를 인지하고 있었던 사람들에게 아르텍에서 들려온 새 소식이 그다지 큰 충격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상 핀란드 디자인의 정체성에 있어서 정신적인 뼈대이자 자부심의 근원이었던 아르텍의 이러한 행보는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던져줬는데, 이는 아마도 비슷한 시기에 휴대폰 회사 노키아(Nokia)가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오며 이 둘이 겹쳐 충격이 배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아르텍은 1935년 알바 알토(Alvar Aalto)와 부인 아이노 알토(Aino Aalto)가 함께 스웨덴의 거대한 자산가 가문이었던 굴릭센(Gullichsen) 집안과 미술사학자 닐스 구스타프 할(Nils Gustav Hahl)이 함께 설립한 회사이다. 알바 알토의 과감하고 혁신적은 디자인을 전적으로 지지했던 마이레 굴릭센(Maire Gullichsen)의 금전적 지원에 힘입어 알바 알토는 아르텍을 통해 끊임없는 실험과 도전을 반복할 수 있었고 이는 현재까지 핀란드 디자인을 대표하는 가구들을 탄생시킴과 동시에 알바 알토 자신도 핀란드 디자인과 건축을 대표하는 인물이 되었다.

 

아르텍에서 시대를 뛰어 넘어 가장 사랑받는 제품 중 하나인 스툴 60는 원목을 구부리는 기술의 혁신성과 과감함, 더불어 단순미와 간결함으로 국제적인 수준의 주목을 받았고, 그 당시 값싸게 취급당하던 핀란드 자작나무의 가치를 올려놓게 된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1900년대 중반에 만들어진 그의 제품이 핀란드 디자인의 아이콘으로서 아직도 사랑받고 있기 때문에 그의 디자인 스타일은 핀란드 디자인을 대표하게 되어 버렸다.

 

 

Stool 60, Alvar Aalto

 

 

Paimio Chair, Alvar Aalto

 

 

Tea Trolley, Alvar Aalto

 

그의 영향력은 실로 매우 커서 사실상 도전하고 싶어 하는 젊은 제품 디자이너, 혹은 건축가들에게 걸림돌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의 스타일이 일반화된 정의처럼 여겨져 젊은 학생들 중 그의 그림자에 가려져 다양하고 실험적인 도전을 하기 어려웠다.

 

아르텍 또한 이러한 문제에 있어서 책임이 없지 않다는 의견 또한 일각에는 있다. 핀란드 가구 디자인의 척추 역할을 해 온 아르텍의 위치와 영향력, 존재감은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러나 아르텍은 지난 몇 년간 정체되어 있다는 비평을 들어야만 했는데 아르텍은 핀란드의 가능성 있는 젊은 디자이너들보다는 시게루 반(Shigeru Ban)이나 나오토 후카사와(Naoto Fukasawa)같은 이미 세계적인 거장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디자이너나 건축가들과만 협력을 해 안전한 길로만 간다는 빈축을 사기도 했다.

 

비트라(Vitra)의 디렉터 롤프 펠바움(Rolf Fehlbaum)은 정신적인 뼈대 역할을 지금까지 이어 온 아르텍이 핀란드 디자인에 미치는 영향력은 매우 크기 때문에 단지 유명한 가구를 파는 회사로서가 아니라 많은 이에게 영감을 주는 문화 회사로서의 가치 역시 크다고 말하며 아르텍을 높이 평가했다.

 

아르텍의 최고 경영자 미르쿠 쿨베르그(Mirkku Kullberg)는 아르텍이 창립 당시부터 지향해 온 국제화 차원에서 이번 결정이 핀란드 디자인 산업과 아르텍의 긍정적인 발전에 매우 훌륭한 기회라고 말했다. 세계화는 아르텍이 추구해 온 방향이며 타 회사와의 연합이나 회사의 소유권을 재배치하는 것 또한 회사의 긍정적 미래를 다지는 많은 방법 중 하나라고 여긴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이번 결정은 회사를 한 단계 끌어 올릴 뿐 아니라 핀란드 디자인 산업 전반에도 좋은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고 하였다. 아르텍의 전 소유주, 프로벤투스(Proventus)의 최고 경영자 다니엘 삭스(Daniel Sachs)는 세계적인 기업 비트라는 아르텍을 다음 단계로 성장 시킬 수 있는 이상적인 기업 문화, 노하우 및 산업 자원을 가지고 있어 이번 결정이 매우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Robert Weil(Proventus), Daniel Sachs(Proventus), Nora Fehlbaum(Vitra), Rolf Fehlbaum(Vitra)

 

 

Daniel Sachs(Proventus), Rolf Fehlbaum(Vitra), Mirkku Kullberg(Artek), Robert Weil(Proventus), Nora Fehlbaum(Vitra)

 

비트라와 아르텍의 협력은 공동 가치를 기반으로 한다. 비록 아르텍은 비트라의 지붕 아래에 있지만 이 둘은 분리된 기업으로서 운영되며 비트라와의 공동 작업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도모할 예정이다. 아르텍은 아르텍만의 철학을 계속해서 고유할 수 있으며 비트라는 제조, 유통 및 물류 쪽을 담당할 것으로 밝혔다.

 

전통과 자부심을 가지고 현재까지도 알바 알토의 가구를 제조, 판매하고 있는 아르텍은 지난 몇 년 동안 일마리 타피오바라(Ilmari Tapiovaara)와 유리오 쿠카푸로(Yrjo Kukkapuro)와 같은 핀란드 가구 디자인 거장의 제품 판권을 소유하며 북유럽 디자인을 향한 국제적 관심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Domus Chair, Ilmari Tapiovaara

 

아르텍은 이번 결정 후에도 이전과 다름없이 국내에서 진행하던 알바 알토 국제 건축 세미나와 알바 알토 파운데이션 등의 활동은 계속해서 진행할 것임을 밝혔다. 북유럽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 보다도 높은 요즘 세계적 기업 비트라와의 연합이 아르텍에게 새로운 원동력으로 작용하여 알바 알토 뿐 아니라 핀란드 디자인과 디자이너들을 훨씬 더 많이 소개할 수 있기를 바란다.

 

http://www.artek.fi/index.html

http://www.vitra.com/en-un/living

http://www.designdb.com/drepo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