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 미술관(Philadelphia Museum of Art)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산업디자이너 중 한 명인 마크 뉴슨(Marc Newson)의 전시회가 열렸다. 미래지향적 미니멀리즘의 대가, 현존하는 세계 3대 산업디자이너 등의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붙는 호주출신의 디자이너 마크 뉴슨을 뉴욕타임스에서는 과연 뉴슨이 디자인하지 않은 제품이 있을까? 라는 제목의 기사로 소개한 적이 있다. 그만큼 그는 특정영역에 국한하지 않은 다양한 디자인 작업으로 전 세계를 종횡무진으로 움직이고 있다.
마크 뉴슨의 미국에서의 첫 미술관 개인전으로,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선보인 그의 혁신적인 디자인 중에서 집에 관련된 제품만 모았다. 가구, 의류, 각종 기기, 컨셉 카와 자전거와 같은 이동수단에 관련된 작업 등을 어른의 방, 아이의 방, 거실, 부엌, 화장실, 주차장으로 나누어진 집과 같은 공간에 설치하였다. 그곳에 작가 본인이 소유한 작품을 비롯하여 유럽, 일본, 미국 등의 수집가 갤러리로부터 대여해 온 소장품, 작가의 스케치, 시제품, 그 밖의 자료들을 함께 전시하고 있다.
눈에 띄게 부드럽고 흐르는 듯한 곡선으로 표현되는 마크 뉴슨의 디자인 감성은 지난 30년 동안 다양한 스타일을 포용하며 진화해오고 있다. 거실(Living Room)에서는 재료와 공정의 혁신적인 사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을 선보인다.
마크 뉴슨의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인 록히드 라운지(Lockheed Lounge 1988년) 체어는 한정판 디자인 예술 작품으로 이에 대한 심미적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유리섬유로 형태를 만들고 그 위에 얇은 알루미늄 시트를 덮어 블라인드 리벳(Blind Rivet)을 리벳 구멍에 꽂고 그 끝을 찌그러뜨려서 리벳이 빠지지 않도록 하여 고정했다. 이 알루미늄 시트들은 항공기의 동체를 만들듯이 거의 겹쳐지는 부분이 없이 균일하고 완벽하게 결합하여 있다.
이 작품은 1993년 마돈나의 뮤직비디오 레인(Rain)에 등장하기도 했으며, 2009년에는 런던 필립스(Phillips de Pury) 경매에서 110만 파운드(약 19억 원)에 팔려 화제가 되었다.
이 작품은, 첨단 소재와 기술의 차가운 느낌을 우리 주변에 흔히 있는 라운지 체어라는 친근한 사물과 결합하여 예상치 못한 조합의 폭발력을 보여주었다. 뉴슨이 주목받는 이유는 그런 혁신적인 아이디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생각을 조형적으로 아름답고 우아하게 표현하는 능력까지 함께 갖췄기 때문일 것이다.
거실(Living Room)에서는 록히드 라운지 체어와 비슷하게 리벳을 박은 알루미늄을 사용한 서랍 캡슐(Pod of Drawers 1987년), 일본의 거리 조명에서 영감을 얻은 슈퍼 거피 조명(Super Guppy Lamp 1987년), 19세기 러시아 수학자 보로노이(Georgy Voronoi)의 도표에 기초한 패턴으로 자른 대리석 선반인 보로노이 낮은 선반(Voronoi Low Shelf 2007년), 그리고 전체를 니켈로 만든 소파를 만날 수 있다.
뉴슨의 부엌(Kitchen)은 가전제품, 식기류, 냄비와 팬, 돔 페리뇽(Dom Pérignon)을 위한 샴페인 상자, 겨자색의 스토브 탑(가스레인지)과 오븐, 스테인리스 후드는 스메그(Smeg)를 위해 만든 것이다.
Courtesy of Marc Newson Limited
밝은 오렌지와 녹색의 디시 닥터 선반(Dish Doctor Rack 1997년)은 뉴슨의 상징적인 곡선과 생동감 있는 색상을 나타낸다. 캔틴 테이블(Canteen Table 1997년)은 콴타 항공(Qantas Airways)의 기내용 식기류와 함께 선보였다. 이딸라(Iittala)의 음료수 잔, 알레시(Alessi)의 스테인레스 스틸 스트렐카 식기(Strelka Cutlery 2003년)도 만날 수 있다.
어린이 침실(The Child Bedroom)에서는 모든 나이의 사람들이 즐거워할 것이다.
카펠리니(Cappellini)의 엠브리오 의자(Embryo Chair 1988년)의 편안한 좌석은 유기적 형태로 성형된 폴리우레탄 폼을 신축성 있는 합성섬유로 덧씌우고, 크롬강(chromed steel)소재로 된 세 개의 다리가 공학적으로 그것을 지탱하고 있다.
모듈식의 2층 침대 벙키 벙크 침대(Bunky Bunk Bed 2010년)는 네 개의 성형된 플라스틱 모듈로 되어 있고, 싱글 침대로 변형할 수도 있다.
미래지향적인 공기 주입식 장난감 비행기(2007년)와 Rocky Rocking Horse(2012년)도 전시되어 있다.
뉴슨이 2003년부터 협업을 해왔던 지 스타(G Star)의 옷은 어른의 침실(The Adult Bedroom)의 헤라클레스 옷걸이(Hercules Hangers 1997년)에 걸려 있다.
차량의 1인용 접이식 좌석을 닮은 니므롯 의자(Nimrod Chair 2003년), 스위스의 최고급 시계상표인 예거 르 쿨트르(Jaeger Le Coultre 2008년)의 80주년 기념 시계인 원자시계(Atoms Clock)를 만날 수 있다.
욕실(Bathroom)에서는 욕실 상표 카로마(Caroma)의 유선형의 군더더기 없는 형태와 배관을 숨긴 디자인이 특징인 도기를 만날 수 있다.
비달 사순(Vidal Sassoon)을 위한 알루미늄 소재의 길쭉한 형태의 헤어드라이어(2001년)를 포함한 헤어 관련기구가 전시되어 있다.
주차장(Garage)은 포드(Ford)를 위해 디자인되었고 1999년 동경 모터쇼(Tokyo Motor Show)에서 선보인 그의 콘셉트카 O21C(1999년)를 만날 수 있다. 단순하고 도시적인 세련미를 가진 동시에 환경친화적인 이 자동차는 뒷문을 여는 경첩(Hinge)이 뒤에 달려있고, 회전 가능한 좌석, 빼낼 수 있는 트렁크, 4단계 자동 변속기 등이 특징이다.
마크 뉴슨은 콜라브 디자인 우수상(Collab Design Excellence Award)을 받았다. 콜라브가 마크 뉴슨을 올해의 콜라브 상 수상자로 정한 이유는 그의 폭넓은 디자인뿐만 아니라 그의 모든 작업에서 그것이 보이든 그렇지 않든 상관없이 놀랍도록 세심한 곳까지 주의를 기울이는 놀라운 고도의 장인정신과 고집을 보았기 때문이라고 1700년대 이후 유럽 장식미술 큐레이터인 캐서린 블룸 히싱어(Kathryn Bloom Hiesinger)는 그의 작업이 재능을 가진 어린 세대들, 필라델피아 안에서 그리고 주변에서 공부하는 많은 이들의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하였다.
콜라브(Collab)는 필라델피아 미술관의 모던, 현대 디자인 콜렉션을 지원하는 디자인 전문가들의 집단이다. 1970년 자원봉사 위원회를 만들고 일반인, 학생, 디자인 단체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소장품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였다. 이제는 전자제품, 가구에서부터 도자기, 유리, 포스터, 벽지, 조명 등에 이르는 2천여 개의 소장품으로 미국 내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또 콜라브는 전시, 출판, 강의, 심포지엄 등 박물관의 광범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그들의 독창적인 관점으로 세상을 풍요롭게 한 저명한 디자이너와 제조사에 디자인 우수상을 수여하고 학생 디자인 경연대회도 개최한다. 콜라브 디자인 우수상의 지난 수상자로는 플로렌스 놀 바셋(Florence Knoll Bassett), 프랭크 게리(Frank Gehry), 밀턴 글레이저(Milton Glaser), 마이클 그레이브스(Michael Graves), 자하 하디드(Zaha Hadid), 리처드 마이어(Richard Meier), 조지 나카시마(George Nakashima), 가에타노 페세(Gaetano Pesce), 카림 라시드(Karim Rashid), 폴라 셰어(Paula Scher), 시모어 콰스트(Seymour Chwast), 필립 스탁(Philippe Starck), 마르셀 반더스(Marcel Wanders)가 있다.
마크 뉴슨(Marc Newson)은 현대 디자이너 중에서 옥션 판매 수익에서 최고를 기록하였고 그의 작품은 23개 이상의 미술관에 영구 소장되어 있다.
그의 작품 활동의 많은 부분은 공학적인 설계와 제작이 차지하고, 필요한 기술습득과 재료에 관한 연구 등 많은 부분을 독학으로 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모든 프로젝트가 대학교 학위를 받는 것처럼 많은 노력과 공부를 필요로 하므로 학교를 졸업한 뒤, 진짜 디자인 수업이 시작된 것 같다고 말한다.
디자이너라면 한 번쯤 내가 디자인한 제품으로 온 집안을 가득 메우는 상상을 해봤을 것이다. 마크 뉴슨이 타고난 재능을 가진 천재이기만 했다면 이러한 상상을 현실로 이루어 낼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를 통해 포기할 줄 모르는 끈기와 열정이야말로 진정 우리에게 요구되는 가치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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