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문화도시 교토(Kyoto)

794년부터 1868년까지 일본의 수도로서 천황이 살았고, 사찰과 신사와 같은 유적들과 다양한 문화재가 많이 남아있는, 일본의 문화유산의 보고인 교토를 소개한다. 그래서 가장 일본다운 곳, 교토를 통해 전통공예와 같은 일본의 전통적인 모습 중에 아라시야마와 은각사를 소개하고자 한다.

 

 

 

교토의 유적지를 돌아보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간판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가게들이 전통적인 방법으로 자신들의 광고물들을 제작하여 설치하고 있다. 이런 광고적인 역할을 하는 설치물 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노렌이다.

 

노렌(Noren)은 가게 출입구에 드리워져 있는 천을 말하는 것으로 우리나라 말로는 포렴이나, 천으로 된 발과 같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노렌은 단순히 장식적인 역할뿐만 아니라, 영업을 하고 있다, 영업이 끝났다는 것과 같은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도 한다. 그리고 공간을 분할하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노렌을 지나는 순간 다른 공간을 들어왔다는 느낌, 즉 가게에 들어왔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노렌은 벽과 같이 공간을 완전한 분할하고 있지는 않다. 노렌이 설치된 가게는 들어가지 않아도, 가게 안의 모습이 노렌 사이로 살포시 보이게 된다. 즉 공간은 분할하고는 있지만, 공기나 사람의 의식을 노렌은 완전히 차단하지 않는다. 이렇게 노렌은 패쇄적이지 않고, 공간을 나누는 기능을 하는 개방적인 파티션(Partition)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노렌은 가게의 역사나 정신이 담긴 문양이나 이름이 들어가 있어, 가게의 상징적인 의미도 지니고 있다. 또 노렌을 걸고 상업적 행위를 함으로서 부당한 행위를 행하지 않겠다는 의지로서의 의미도 지니고 있다고 한다.

 

 

화려한 무늬나 문양이 들어가 있는 것부터, 흰색조의 심플한 노렌들도 있다.

 

 

교토에 있는 다양한 공공 시설물 중, 인상 깊은 아라시야마(嵐山) 전철역의 모습이다.

 

대나무 벽면과 기둥으로 이루어진 중앙 홀을 통과하면, 하늘하늘 늘여진 노렌 사이로, 아름다운 아라시야마의 풍경이 보여 진다. 아주 짧은 순간 시간이 흐름이 바뀐 느낌이 든다. 역내는 푸른색과 갈색의 대나무가 사방을 둘러싸고, 푸른 대나무 기둥아래엔 타일로 만들어진 연못이, 그리고 그 속엔 금붕어들이 여유 있게 헤엄치고 있다. 특히 화장실로 가는 길은 대나무 벽면의 아주 좁은 통로가 길게 늘여져 있고, 조명 또한 신비스럽게 비춰지고 있다. 멋진 대나무 숲이 있는 아라시야마의 풍경을 역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은각사로 올라가는 길에 일본의 전통종이 파는 가게의 광고물이 세워져 있다. 일본종이를 일본인들은 화지(和紙)라고 부른다. 가게는 위의 광고물이 세워져 있는 오른쪽 골목의 안쪽에 위치하고 있다. 직접 주인이 종이를 만들고, 간단히 붓으로 쓴 것 같은 느낌의 인위적이지 않은 광고물이다. 특히 위에 꽂혀져 있는 꽃은, 작은 웃음이 나올 정도로 유머러스하고, 순수한 멋을 느끼게 해 준다.

 

 

일본종이 가게 앞의 놓인 다양한 종이제품들. 천연재료로 염색되어 있는 종이부터 종이접기를 위한 색지까지 다양한 제품을 팔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종이가 꽂혀 있는 스탠드 위에도 꽃이 꽂혀져 있다.

 

 

다양한 수공예 제품을 팔고 있는 가게의 재미있는 간판

 

 

교토의 절이나 신사, 그리고 다양한 문화유산들이 남겨져 있는 곳들의 주변 가게들은 획일적이고 인위적인 플라스틱의 간판이 아닌 나무와 돌과 같은 천연재료를 이용하여, 자신의 가게만의 특징을 전통스럽게 표현하고 있다.

 

 

바람의 움직임에 자연스럽게 하늘거리는 다양한 광고물들이 더욱 일본스러움을 느끼게 해 준다.

 

 

일본과자와 녹차 케이크를 파는 가게 앞에 유리를 통해 녹차 케이크가 담겨져 있는 묶음을 보고 있는 고양이 인형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재미있는 연출이다.

 

 

은각사 앞, 다양한 공예품과 기념품을 팔고 있는 가게. 여기도 정형적인 간판이나 광고물이 아닌 팔고 있는 제품들을 들어가는 입구의 공간에 멋지고 여유 있게 연출하고 있다.

 

 

대나무에 부채를 꽂은 모습,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을 것 같은 조그마한 문패에 점잔은 멋이 감돌고 있다.

 

 

가게의 입구 도어와 도어 앞의 공예품들이 자연스럽고 멋지게 연출되어 있다.

 

 

가게 내부에 들어서면 1층과 2층이 한눈에 들어온다. 특히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면, 1층의 다양한 공예품과 가게의 멋진 인테리어를 볼 수 있다. 1층, 2층 공간의 중앙이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2층의 천정은 높이 않아서 머리에 닿을 정도이기에 움직이기 조금 힘들지만, 정성스럽게 만들어진 공예품들에 시선이 집중되어, 왠지 힘들다기보다는 즐거운 느낌이 든다.

 

 

아라시야마에 있는 필통가게. 이곳에 들어서면 감탄을 하고 있는 외국인들로 가득이다. 특히 가게 안에 작업실이 있기에 필통을 만들고 있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 그리고 13년간 필통을 만들어 온 장인의 친절한 설명까지 들을 수 있다. 제품의 디스플레이 또한 재미있게 연출되어 있다.

 

 

필통의 패턴은 500 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일본화 민화나 문양 등 다양한 일본의 패턴이 필통과 나란히 배열되어 디스플레이 되어 있다.

 

 

일본에는 치리멘(Chrimen)이라는 염직물을 이용하여 꽃, 동물, 인형 등과 같은 것을 만드는 치리멘 세공이라는 전통 공예술이 있다. 이 치리멘 세공은 에도시대부터 시작하였는데, 기모노를 만들고 남은 치리멘을 이용하여, 손바닥에 올려놓을 수 있을 정도의 작은 크기의 장식물을 만들어 장식을 하거나 사람들에게 선물을 하거나 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치리멘 세공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 교토에도 여러 곳 있는데, 그 중 아라시야마와 은각사를 올라가는 길에 치리멘 세공관이라는 공예점에서 섬세하고, 정교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입구의 대나무 벽의 쇼 케이스(Show Case)속에는 작지만 정교하게 만들어진 치리멘 세공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입구에 넓게 설치되어 있는 쇼 케이스 속의 다양한 치리멘 공예품들을 보며 감탄하는 여행객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사람들의 시선을 얻기 위에 연구한 흔적이 가게를 들어가지 전에 설치되어 있는 광고물과, 설치물들을 통해서 절실히 느낄 수 있다.

 

 

가게를 들어서면, 실내 중앙에 유리로 된 온실과 같은 공간속에 멋진 대나무 정원이 눈에 들어온다. 감탄할 정도로 멋지게 공간이 디자인되어 있다. 그리고 그 정원을 중심으로 실내를 돌아가며 다양한 치리멘 공예품을 구경할 수 있도록 공간이 만들어져 있다. 크기는 정말로 작지만, 그 섬세함은 놀랄 정도로, 다양한 동물들과 곤충, 인형, 꽃모양의 공예품들이 즐비하게 진열되어 있다.

 

 

 

 

 

 

다양한 치리멘 공예품들

 

 

은각사를 올라가는 길에도 치리멘 세공관이 있다. 아라시야마에 있는 본점과는 조금 다른 검은 회색의 일본식 가옥을 그대로 이용하여 공예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본점보다는 조금 덜 화려하고 덜 세련된 느낌이지만, 검은색과 붉은색을 기조로 하여 일본의 검은 옻칠과 붉은 옻칠을 연상케 하는 더욱 일본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아라시야마에는 또 다른 공예품 점으로, 가게 입구까지의 대나무 벽에 쇼 케이스가 설치되어 다양한 공예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오래된 건물과 자연에서 오는 멋을 파괴하지 않도록, 섬세하고 예술적인 광고 설치물들이 교토라는 공간속에 동화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교토의 다양한 공예품과 기념품들을 통해 포장디자인의 수준을 볼 수 있다.

 

 

도시락을 주제로 한 사탕들

 

 

일본인들은 가족이나 친척, 그리고 친구들에게 선물을 할 때, 과자를 선물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일본의 관광지에 가게 되면, 과자와 같은 특산물을 파는 가게들이 정말 많다. 그런데 과자의 맛보다 더 감탄하게 되는 것이 그들의 다양한 포장기술이다. 일본은 예로부터 종이접기(오리가미) 문화가 발달하여, 다양한 포장 법에 대한 연구가 이어져 왔다. 그러한 노력이 포장 디자인에 반영되어, 독특하고 개성 있는 선물들을 쉽게 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교토는 공예품뿐만 아니라, 채소들을 소금에 절인 음식들도 유명하다. 배추나 무를 통째로 절여 포장하는 모습이 재미있다.

 

 

 

교토는 전통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현대적인 국제도시로서의 모습도 볼 수 있다. 교토역, 교토타워, 교토의 시내버스가 그것이다.

 

 

그리고 교토의 곳곳에 아기자기한 지도가 설치되어 있어, 관광명소의 위치를 알려줄 뿐만 아니라, 각각의 명소와 함께 QR 코드가 그려져 있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QR 코드를 읽어, 관광명소의 유래나 설명 같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렇게 교토는 현대적인 서비스에도 충실이 연구하고 실천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교토의 맥도널드는 간판의 색깔이 붉은색이 아니라, 짙은 갈색을 하고 있다. 그 이유가 맥도널드의 붉은 색이 교토의 모습과 조화롭지 않기에 교토의 대부분의 맥도널드는 점잔은 짙은 갈색의 간판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인들은 교토를 자신들의 정신적 고향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도쿄가 국제도시로 유명하지만, 일본인들에게 있어서 교토는 세계인들에게 자랑스러운 존재이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교토의 모습을 그대로 남기려하고 보존하려고 하는 노력은 매우 절실하다. 세계적인 거대 기업인 맥도널드도, 교토에서는 교토만의 환경 디자인적 규칙을 지키며 상업적 활동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조금은 감탄할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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