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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디자인

스웨덴의 플로어링 브랜드 볼론(Bolon)

chocohuh 2013. 9. 16. 09:31

디자인이 기업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예가 볼론이라고 할 수 있다. 볼론은 스웨덴 중부의 조그만 시골마을에 위치한 회사이다. 처음 회사가 문을 연 것은 1949년 이었는데 시작은 근처 옷공장에서 남은 짜투리 천을 이용하여 깔개를 만들던 별다른 특이점이 없던 회사였다. 이러한 평범한 가족 소유 기업의 눈에 띄지 않는 역사는 3대에 걸쳐서 21세기까지 계속 되었다. 그동안 회사는 커져서 카펫시장까지 진출하고는 있었지만 회사의 인지도는 낮았고 수많은 경쟁 회사들 중에 하나일 뿐이었다.

 

그러던 중 회사를 물려받은 것은 두 자매인 아니카 에클룬드(Annika Eklundh)와 마리 에클룬드(Marie Eklundh)였다. 이들은 프레젠테이션에서 회사를 디자인에 기반한 고급 바닥재 회사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그렇지만 처음에는 그동안 회사를 이끌어왔던 부모들과 회사 관계자들은 이를 터무니없다고 받아들였다고 한다.

 

 

아니카 에클룬드와 마리 에클룬드는 먼저 몇 가지 기본 방향을 설정했는데, 디자인에 중점을 두어서 매년 주기적으로 신제품과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이고 이를 스톡홀름 퍼니쳐 페어, 100% 디자인 런던, 밀라노의 살로네 델 모빌레(Salone Del Mobile)에서 선보이도록 했다.

 

 

 

제품은 PVC를 천처럼 짜맞춘 바닥재로 통일했다. 이는 어떤 의미에서는 틈새시장이라고도 할 수가 있는데, 바닥재 하면 보통은 가정용으로는 원목으로 된 바닥재가 가장 고급시장을 형성하고 그 밑으로는 강화마루 제품이 주를 차지하고 그밖에 리놀륨 소재가 역시 친환경 고급 소재로 틈새시장을 형성하는데 비해서 PVC는 가장 값싼 소재로 인식되는 것이 사실이다. 호텔, 사무실 등의 바닥에 사용되는 상업용 공간에는 역시 카펫이 주를 이루고 있고 PVC소재는 역시 값싼 소재로 인식되고 있다.

 

볼론은 이렇게 단순하게 PVC는 싸구려 라는 등식을 깨기 위해 PVC를 매끄럽게 가공해서 단순하게 사각형 바닥재로 시장에 내는 대신에 PVC를 실처럼 짜서 마치 러그와 같은 느낌을 주는 바닥재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러한 러그 느낌은 제품에 새로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더하고 있다. 그리고 PVC가 내구성은 매우 좋지만 밋밋한 사각형 디자인 때문에 싸구려 취급을 받던 것에서 벗어나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색과 파격적인 형태의 디자인을 도입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디자인을 통해 볼론은 IF와 레드닷 그리고 굿디자인 어워드 등 세계적인 권위있는 디자인상을 수상할 수 있었다.

 

 

볼론은 PVC를 짜서 마치 러그와 같은 느낌을 준다.

 

스웨덴 중부지방의 공장이 있는 곳에 본사와 디자인 센터 그리고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 개발 시설을 함께 위치시켜서 디자인과 생산 현장이 밀접하게 협업할 수 있게 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점이다. 싸구려 PVC 바닥재를 중국에서 생산해서 판매한다는 전형적인 도식에서 벗어나 생산을 스웨덴에서 직접 하고 있는데 인건비는 올라가겠지만 이를 통해 생산 현장에서 디자인에 대한 아이디어를 직접 얻을 수 있고 생산과 디자인을 결합시키는 장점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특히 제품을 고객이 원하는 대로 모양을 만들어 주는 설비를 독자 설계로 개발했다고 한다.

 

볼론은 또한 유명 디자이너와의 협업 작업을 통해 마케팅을 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물론 제품 자체가 디자이너와 건축가들이 자유롭게 꾸밀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를 제공하는 점에도 있지만 이러한 마케팅은 고급자재로서의 이미지를 형성하기 위한 전략상의 중요한 부분이라고도 할 수 있다.

 

협업하고 있는 디자이너들은 페르난도, 움베르토 캄파나(Fernando and Humberto Campana) 형제, 줄리오 카펠리니(Giulio Cappellini), 톰 딕슨(Tom Dixon), 제이미 헤이온(Jaime Hayon), 폴 스미스(Paul Smith), 장 누벨(Jean Nouvel) 등이 있는데 특히 장 누벨과 함께한 2012년 스톡홀름 퍼니처 페어의 디스플레이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포르투갈 프라운호퍼 연구소, 루이스 페드라 실바

 

 

밀라노의 구글 사무소, 에잇

 

 

톰 딕슨의 사무실

 

 

밀라노의 카펠리니 쇼룸

 

 

네덜란드의 라보뱅크

 

 

2012년 스톡홀름 퍼니처 페어에서 장 누벨과 함께한 전시룸

 

이러한 전략을 통하여 볼론은 시장을 세계로 넓혔으며 매출을 대폭 향상 시킬 수 있었다. 덴마크에서는 바닥재의 경우 강화마루가 제곱미터당 한화로 환산할 경우 4만원~7만원 선이고 원목의 경우 7만원~14만원, 그리고 리놀륨의 경우가 8만원~10만원정도인데 비해 볼론의 바닥재는 14만원~16만원으로 원목보다 더 고가에 판매되고 있다. 보통의 PVC 바닥재가 강화마루보다 싼 2만원~3만원 대에 판매되는 것을 고려하면 엄청나게 고가에 판매되는 셈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볼론의 매출이 늘어나고 회사가 확장되는 것을 보면 디자인이 얼마만한 부가가치를 가져다주고 있는지를 잘 추정할 수 있다.

 

http://www.designdb.com/drepo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