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동화 속 이상한 나라에 떨어져 하루를 보내는 착각에 사로잡히게 만드는, 미중부의 작지만 강렬한 예술도시 유레카 스프링스를 찾았다.
American Style Magazine에 의해 4년간 미국의 탑25 예술도시로 선정되었고, 전체 시(市)가 정부등록문화재 (National Register of Historic Place)에 등록된 독특한 빅토리안 양식의 리조트 마을을 찾아가는 길은 그리 수월하지 않았다. 끝이 없을 것만 같은 구불구불한 산길을 달리면서 과연 이 산 속에 무슨 마을이 존재하기는 하는 것인지 두려움 섞인 의문이 들었다.
북서 아칸소의 오자크 산(Ozark Mountain)에 위치한 유레카 스프링스는 고산지대에 형성된 가파르고 구불구불한 거리와 지역의 돌로 지어진 빅토리안 스타일의 집과 건물로 이루어져 역사적으로 미국의 작은 스위스라고 불린다. 자연경관을 따라 지형이 가지는 라인을 자연스럽게 따르다 보니 절벽 위에 집이 지어져서 하나의 층 이상의 높이에 입구가 있는 경우도 있다. 길이 마을을 감싸는 형태를 띠고 있고, 교차로나 신호등이 없다.
This Flatiron Building Stands in the Heart of Downtown Eureka Springs, Ark.
위의 사진 상에서 왼쪽부분이 지형상 더 높은 쪽으로, 경사면에 건물이 지어졌기 때문에 1층으로 보이는 주 출입구가 실제 건물에서는 4층이 된다.
대체로 집들은 경사면의 높은쪽(절벽쪽)에 지어지고 도로의 맞은편 낮은 쪽으로는 빌딩이 지어져서 멀리서 보면 빌딩 위에 집이 얹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거대한 계단처럼 보이기도 한다.
유레카 스프링의 오래된 상업지구에 가면, 이게 과연 트렌드에 맞는 데코레이션인지, 고민하지 않고 투박하지만 자신의 개성대로 꾸며진 상점들을 만나볼 수 있다.
유명한 관광지에 가면 천편일률적으로 같은 기념품을 파는 같은 컨셉의 가게가 즐비한 것을 볼 수가 있는데, 이 도시에서는 전세계의 멕시칸 살사를 다 모아놓은 듯한, 살사소스 전문가게, 미니어쳐 장난감만 파는 가게부터 시작해서 가죽제품, 모자, 양말, 커피, 미국 원주민의 공예품, 퀼트, 커피, 시가cigar등의 특정 품목만을 취급하는 상점들을 만날 수 있다.
취급하는 제품도 대도시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대량생산품이 아니라, 직접 만든 공예품이거나 꼭 이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은 아니더라도 미국 전역의 소규모 생산자에 의해서 만들어진 제품들, 역사가 오래되고 가치가 높은 고 예술품들이 많다.
폐가인 것으로 착각했으나 안에 들어가 보니 멋진 고미술품들이 가득했다.
이렇게 자유로운 표현과 개성이 존중되는 이런 환경 속에서 세계적인 거장이 생겨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거리명 표기도 도시특색에 맞게 하였다. 도시전체를 연결하는 트롤리가 관광지의 멋을 더해준다.
가시면류관 채플(Thorncrown Chapel)
유레카 스프링의 또 하나의 명물은 세계적으로 알려진 건축가 페이존스(E.Fay Jones)에 의해 지어진 교회당으로 파리 Sainte Chappelle의 빛이 가득한 고딕 채플에서 영감을 얻어 지어진 가시면류관 채플이다. 하늘로 48피트(약14.6m)나 솟아올라 있는 형태에 600스퀘어피트(약 557m2)의 유리가 사용되었고, 425개의 창으로 이루어져 있다.
건축가 페이존스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의 탤리에신 팰로우십(Taliesin Fellowship)의 일원으로 자연친화적 건축디자인 원리에 바탕을 두어 유기적 재료(有機的 材料: Organic Material)를 주로 사용하고, 구조를 이루는 데에 필요한 최소한의 철근만 사용하였다. 또, 건축물이 오작크 언덕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기를 원했기 때문에 건설장비는 사용하지 않고 두 사람이 들어 나를 수 있을 정도의 목재만 사용하여 지었다.
1981년 미국 건축협회에서 National Honor Award를 수상했고, 1990년에는 AIA Architecture Gold Award를 수상하였고 AIA의 20세기 탑10 건물로 뽑혔다.
빛과 그림자, 반사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 건축물은 하루 24시간, 사계절마다 사람들에게 다른 모습을 선사한다.
Thorncrown Chapel in Eureka Springs, Facing North(From Entrance)
유레카 스프링스는 화이트리버, 비버호수와 함께 60개 이상의 온천, 맑은 물이 끝없이 흐르는 계곡들, 수많은 공원, 석회동굴,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하이킹, 래프팅, 수영, 낚시를 즐길 수 있고 대자연과 어우러지는 대형공연장들, 그곳에 어울리는 멋진 캐빈들이 즐비한 관광지이다.
동시에 국립역사보존신탁(National Trust for Historic Preservation)에 의해 “미국의 독특한 여행지”로 선정된 잘 보존된 역사를 가진 도시이다.
또, 비영리 예술단체인 유레카 스프링 예술학교를 필두로 Dairy Hollow 작가협회, Main Stage 창작협회, 오작크 뉴셰익스피어, Enthios 댄스센터 등의 예술조직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고 오페라, 성극 등의 각종 이벤트가 연중 계속되는 예술도시이다.
동양인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그만큼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고 익숙하지 않은 이곳에서, 자칫 오래되고 진부하여 망해버릴 수도 있었던 한 도시의 역사와 전통을 예술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만나볼 수 있었다.
'착한디자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세 페르란도(Josep Ferrando) 건축 디자이너 (0) | 2013.05.13 |
---|---|
리카르도 보필(Ricardo Bofill) 건축 디자이너 (0) | 2013.05.13 |
굿 디자인(Good Design) 어워드 (0) | 2013.05.13 |
헬로 키티(Hello Kitty)의 딸기 콜라(Strawberry Cola) (0) | 2013.05.10 |
매튜 아이보리(Matthew Ivory) 패키지 디자이너 (0) | 2013.05.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