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얼마나 많은 물을 먹습니까?
그 사실 여부에 논란이 있었던 지구 온난화는 현재 기정사실이 되어 이제는 그 현상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이 급격한 기후 변화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화석연료와 같은 천연자원의 고갈은 이미 예견된 사실이 되었고, 이제 전 세계는 본격적으로 대체 에너지를 찾는 자원 전쟁에 돌입하였다. 탄소 배출량이 많은 이들의 관심거리로 떠올랐고 물 역시 고갈되는 자원 중 하나로 뒤늦게 주목을 받고 있다.
작년 세계 디자인 수도 헬싱키의 해 기간 동안 헬싱키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도시들을 함께 아우르는 행사들이 여럿 열렸는데 그 중 원더워터(Wonderwater)는 전 세계적으로 물소비 실태에의 이해를 돕고 이 과정에서 디자인의 역할을 보여주는 프로젝트였다. 쉽게 말해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 어떤 주체가 일상생활을 하는 과정이나 또는 영업을 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탄소를 만들어내는지를 양으로 표시한 것)'과 같이 '물 발자국(Water Footprint)'을 보여주는 행사이다. 원더워터는 런던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이자 큐레이터인 제인 위더스(Jane Withers)와 헬싱키 디자인 위크(Helsinki Design Week)의 창립자 까리 꼬르크만(Kari Korkman)이 공동 기획하였다.
원더워터(Wonderwater)의 공식 로고
물 발자국은 우리가 마시고, 씻는 데에 소비되는 물만이 아니라 우리가 먹는 식재료를 포함하여 종이, 면, 가구 등의 생활용품을 생산하는 과정에 쓰이는 모든 물, 즉 가상수(Virtual Water)까지 포함한다. 이는 우리가 무심코 먹고 마시고 남기고 버리는 음식이 어떻게 우리 식탁에까지 올라오는지 생각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예를 들어 소고기 생산 과정에의 물 소비량은 많다. 소가 직접 소비하는 물과 소를 먹이기 위해 재배되는 곡물을 키우는데 소요되는 물의 양 역시 더해지기 때문인데, 보통 가축의 덩치를 불리는 데에 쓰이기 때문에 물 효율 뿐 아니라 에너지 효율 역시 낮다. 돼지 역시 높은 편이고 닭은 중간, 어패류는 자연산일 때 낮으며(양식은 높다.) 채소는 낮다(여기서 주의할 것은 생산지에 따라서 물 발자국은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강수량이 높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재료는 그렇지 않은 곳에서 길러지는 같은 재료보다 상대적으로 물 소비량이 적다).
첫 번째 원더워터의 프로젝트는 2011년도 중국 북경에서 선보였다. 물 발자국은 다소 생소하므로 일반인들에게 쉽게 다가가기 위한 방책으로 베이징 디자인 위크(Beijing Design Week) 기간 동안 도심의 유서깊은 다쉴란(Dashilan) 지구에 티안 하이(Tian Hai)라는 레스토랑에 원더워터 카페 프로젝트를 열어 알토 대학과 그래픽 디자인 회사 Studio Emmi가 제작한 원더워터 메뉴를 제공했다. 이 메뉴는 식당에서 인기 있는 음식의 물 발자국을 이해하기 쉬운 그래픽으로 설명하며 '당신은 얼마나 많은 물을 먹습니까?(How Much Water Do You Eat?)'라는 질문을 던지며 현대인의 음식을 대하는 자세를 다시금 고민해볼 기회를 준다. 쌀과 맥주, 차는 물론이고 오리 고기 요리나 감 수프 등 그 카페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음식의 정보가 나타나 있었다.
원더워터 카페 행사가 열리는 북경의 티안 하이(Tian Hai) 음식점
북경의 원더워터 메뉴
이해하기 쉽도록 실제 음식점의 메뉴에도 정보를 넣었다.
두 번째 원더워터 프로젝트는 2012년 헬싱키의 키아스마(Kiasma) 현대 미술관 카페에서 열렸다. 현지인을 물론 외국인 관광객 역시 많이 방문하는 곳 중 하나인 미술관 카페에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그 효과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키아스마 카페의 메뉴 중 방목으로 키워져 상대적으로 물 소비량이 적은 야생 사슴 고기와 물이 귀한 이스라엘산 계피로 만든 디저트를 물 절약의 관점에서 비교할 수 있었다.
키아스마 현대 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원더워터 카페 프로젝트
키아스마 현대 미술관 카페의 대표적인 연어 메뉴이다. 이 음식의 물 발자국은 아래 이미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키아스마 현대 미술관 원더워터 카페의 메뉴(image courtesy of the Wonderwater Cafe Kiasma menu)
세 번째는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 기간 동안 런던의 Leila's Shop이라는 곳에서 열렸다. 관련 자료에서 영국 국민의 하루 평균 물 소비량은 2,645리터이며 이 소비량의 대부분은 음식에 포함되어있고, 이 물의 약 97%는 사실상 수입된 물이라고 한다.
런던 음식점 Leila's shop에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원더워터 카페 런던의 메뉴
원더워터의 창립자 까리 꼬르크만은 "사람들이 전 세계에 걸쳐 음식 생산에 사용되는 물의 흐름을 이해하고 올바른 정보를 접한다면 조금 더 의식 있는 선택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농축산업은 전 세계의 물 소비량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므로 사실상 우리가 선택하는 음식과 음료가 물 부족 현상에 가장 효과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라고 말한다. 전 세계의 깨끗한 식수는 3%뿐이고 2050년에 전세계 인구는 90억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심각한 물 부족을 초래할 것임을 뜻하며 이는 음식의 안전도에도 역시 영향을 줄 것이라는 말이다. 고기의 소비를 줄이고 채소를 늘이는 것이 물 부족 현상에 대처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지속 가능한 앞날을 위해 우리가 알아야 하는 정보는 넘쳐난다. 원더워터의 또 다른 창립자 제인 위더스는 물의 흐름과 물 부족 실태 등에 관련한 복잡한 정보를 인포그래픽을 활용하여 효과적으로 알리고 사람들의 이해를 도와 책임감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여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 내겠다고 한다. 원더워터 카페 프로젝트를 위해 만들어진 세 메뉴는 음식에 사용된 총 물의 양과 각 재료가 차지하는 비율을 한 눈에 알기 쉽게 그렸고 또한 원산지와 재료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많이 담고 있어 보는 이의 이해를 돕도록 디자인되었다. 메뉴는 원더워터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가 가능하다.
북경의 티안 하이(Tian Hai) 음식점의 원더워터 메뉴
원더워터 카페 런던의 메뉴
운송의 발달과 농업의 산업화 등으로 현대인은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즐거움을 누리게 되었지만 생산지로부터 물리적, 정신적으로 멀어지며 생기는 부작용도 적지 않다. 물 발자국은 우리가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정보이다. 지구의 3%만이 식수로 쓸 수 있는 물이고 이미 물 부족 현상으로 고충을 겪는 지역들이 있다는 사실은 뉴스와 같은 매체를 통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지구는 하나의 커다란 섬이고 그 안에서 인간이 쓸 수 있는 자원의 양에도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현대인의 소비 실태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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