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삐(Kamppi)는 지하철, 시외버스 터미널, 쇼핑몰이 모여 있어 헬싱키에서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곳 중 하나로 손꼽히는 곳이다. 이 Kamppi 역 앞 나린까(Narinkka) 광장은 전시, 콘서트 등 각종 문화 행사가 열리는 곳으로 올해 세계 디자인 수도 행사의 일환으로 Kamppi 예배당이 지어져 눈길을 끌고 있다. 사각의 콘크리트, 유리 건물 틈에 서 있는 이 예배당은 비록 그 규모는 작지만 타원형의 목조 건물로 멀리서도 쉽게 눈에 띈다.
Kamppi Chapel of Silence 외부. 오른편 사각 건물이 예배당으로 들어가는 입구이고 목조 건물이 실질적인 예배당이다.
흡사 밥그릇 혹은 배를 연상시키는 이 예배당은 Chapel of Silence라는 이름으로 불리우기도 하는데 시내 한 복판, 도시의 소음을 피해 혼자 고요함과 사색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는 상징성을 갖고 만들어졌다. 예배실 내부에는 창문이 뚫려 있지 않아 외부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빛을 차단하고 11.5 미터에 달하는 높은 천장에서 들어오는 부드러운 간접광으로 실내를 밝히고 있다. 실내 벽면은 자작나무과의 나무로, 실내 가구는 물푸레 나무로 만들어져 둥그런 실내벽과 함께 따뜻한 느낌을 준다. 예배당임을 상징하는 은 십자가는 대장장이 안띠 니에미넨(Antti Nieminen)의 작품이다. 실외벽은 내부와는 다르게 침엽수인 가문비나무를 사용하였다.
외벽. 침엽수 전나무과의 가문비나무로 만들어진 외벽
실내. 천장의 간접광
실내. 재료의 통일성과 곡선, 간접광이 어우러져 따뜻한 느낌을 준다.
대장장이 안띠 니에미넨(Antti Nieminen)의 은 십자가
Chapel of Silence는 헬싱키 시 교구 연합과 헬싱키 시의 의뢰로 2001년에 설립된 헬싱키 소재의 건축 회사 K2S의 건축가 낌모 린뚜라(Kimmo Lintula), 니코 시로라(Niko Sirola), 미꼬 숨마넨(Mikko Summanen)과 디자인 팀원들이 함께 만들었다. 이 건물은 목재의 획기적인 사용, 마감 공법의 좋은 예시로 간주되어 시공 단계에서부터 대외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아왔는데, 이미 2010년도에는 Chicago Athenaeum International Architecture Award 상을 받기도 하였다.
이 예배당의 재미있는 점은 이 곳이 종교적인 행사나 정기적인 예배를 위해 지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특정 종교의 성격과는 무관하게 누구나 자유롭게 찾아와서 개인적인 사색, 명상의 시간을 갖는 공간으로 쓸 수 있고 관광객은 여행의 피로를 풀 수 있는 휴식의 공간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또한 타인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작은 모임을 갖는 것도 허락하고 있다. 또한 이 예배당에는 헬싱키 교구 연합과 헬싱키 시에서 각각 한 명씩, 총 두명의 직원이 매일 상주하는데 이들에게 개인적인 고민을 상담하거나 다양한 주제에 관련하여 열린 대화를 나누는 것도 장려하고 있다. 현재는 그 어떠한 종교적 행사도 열리고 있지 않으나 오는 가을부터는 정기적인 예배 행사의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본 예배당으로 들어가는 입구
대중에게 문을 연 이래로 현재까지 Kamppi Chapel을 다녀간 방문객의 수가 10만명을 넘었다고 한다. 건물이 가진 종교적 의미를 떠나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부담없이 찾아 그 공간이 의도한 평온함을 누릴 수 있었으면 하는 기대를 해본다.
주중에는 아침 7시부터 저녁 8시까지, 주말에는 오전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 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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