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Singapore)에서 활동하고 있는 말레이시아(Malaysia) 출신의 아티스트 로 회이(Loh Hui)의 라미네이트 오브제 작품을 소개하려 한다. 미운(Miun)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로 회이는 전직 플로리스트이다. 소변기, 양변기, 아동 변기, 침 뱉는 통과 같은 비위생적이라고 생각되는 물체에 꽃을 장식한 작품들이 벨기에(Belgium)의 언론을 통해 소개되면서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특별한 교육과정을 거치지 않고 본인의 흥미에 따라 해오던 일러스트와 포토그래피로 라이카(Leica), 유니클로(Uniqlo), 디프레션(Depression)과 같은 유명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의 기회를 이어온 행보도 특이한데, 이번에는 인테리어 바닥재로 쓰이는 라미네이트(Laminate)로 꽃 오브제를 만들어 눈길을 끌고 있다.
싱가포르의 복합 문화공간 케이 플러스(K+)의 전시 프로젝트는 더 매리지(The Marriage)의 두 번째 시리즈이다. 첫 번째는 싱가포르 디자인 위크(Singapore Design Week) 때, 디자인 페스티벌 싱가 푸루랄(Design Festival Singa Plural)을 통해 선보였다. 페스티벌의 테마가 프로세스(Process)였기 때문에 싱가포르의 라미네이트 회사 라미텍(Lamitak)의 소재들로 새로운 무엇인가를 창조해내는 과정을 보여주는 프로젝트를 해보도록 초대되었다.
플로리스트로 일했던 경험이 있었지만, 더 매리지(The Marriage) 시리즈를 진행하면서, 식물들의 종류에 따른 다양한 구조와 형태를 초심자의 마음으로 조사하고 공부하였다. 작품을 보면 꽃에 다리가 달려있기도 하다. 그런 형태는 동남아시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맹그로브(Mangrove) 나무의 뿌리를 응용해서 만든 것이다. 꽃과 꽃이 서로 붙어있는 샴쌍둥이 모양도 실제로 자연 현상에서 일어나는 변이를 나타낸 것이다. 꽃에서 꽃이 다시 피어나는 형태는 특정 나무에 기생하여 살아가는 식물에서 영감을 얻었고, 둥근 곤봉 모양의 형태는 꽃잎이 다 떨어지고 난 뒤의 꽃대를 관찰하여 만들었다. 건조된 나무줄기를 실제로 이용한 작품도 있다. 더 매리지 I(The Marriage I)에서는 기본 구조에 집중을 했지만, 더 매리지 II(The Marriage II)에서는 컨셉 자체를 하이브리드(Hybrid), 매지컬(Magical), 에일리언(Alien)으로 잡아 구조와 패턴을 자유롭게 구성하였다.
작업 기간은 어떤 형태를 만드느냐에 따라 많이 달라지지만 아이디어 구상과 스케치 과정이 끝나면 나머지는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꽃의 구조에 알맞은 꽃잎의 모양을 정하고, 필요한 색상과 패턴에 따라 라미네이트 판을 분류한 뒤, 레이저 커팅으로 꽃잎들을 만든다. 레이저 커팅을 하면서 꽃잎에 묻은 검은 재를 씻어내고, 작품의 기본 골격을 만든 뒤 꽃잎의 배열과 숫자를 작품 면적에 따라 계산한다. 라미네이트가 휘어지지 않는 특성이 있다 보니, 곡면을 따라 접착하기 위해서 꽃잎의 일부를 절단하기도 한다.
낯선 파트너의 새로운 아이디어에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우선 '예'하고, 그냥 시도해보는 편이다. 물론 확실한 성공을 초기부터 보장할 수는 없지만 목적 없이 이런저런 실험을 해보고, 적어도 일 년에 한 번씩은 결과물을 대중에게 공개하려고 노력한다.
로 회이의 프리랜서와 창작활동은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말레이시아에서 IT 공부를 하다가 19살에 싱가포르로 이주하였다. 해운업체에서 몇 년간 일하다 우연히 한 예술대학의 오픈 하우스를 방문하게 되었고, 학교 관계자들이 어린이용 미술도구로 그린 몇 장의 그림을 보고 입학 허가를 내어주었다. 통합 과정으로 학교를 다니다 학과를 결정할 때 선택한 쥬얼리 디자인과의 인원이 모자라 학과 개설이 되지 않았다. 금전적인 문제로 결국 학업을 중단하고 꽃집에 취업을 하였다. 부모님께 드리던 카네이션과 장미밖에 몰랐던 그녀는 새롭게 만난 꽃의 세계에 매료되었다.
더 매리지 I(The Marriage I)
http://www.miun.sg/main/?page_id=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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