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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디자인

테이트 센소리엄(Tate Sensorium) 전시회

chocohuh 2015. 9. 8. 12:18

미술 작품을 듣고 맛보고 냄새 맡고 만질 수 있다면 어떨까? 타히티 섬의 풍경을 담은 고갱의 그림에서는 망고 향이 솔솔 나지 않을까? 런던 테이트 브리튼 갤러리(London Tate Britain Gallery)에서 열린 테이트 센소리엄은 눈으로만 감상했던 미술 작품에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을 자극하는 요소를 더해 우리를 작품 속으로 흠뻑 빠져들게끔 한다.

 

 

 

미술관의 작품들은 그 자체의 물적 가치보다 보는 이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촉매제로서 가치를 지닌다. 예술에 대한 의미 부여는 관람객과 작품의 상호작용을 통해 일어나기 때문에 관람객이 없는 미술관은 그 존재가치를 상실하며 필연적으로 미술관은 예술과 관람객의 거리를 좁혀나가기 위해 노력할 의무가 있다. 최근 런던의 미술관들은 한정된 공간 안에서 흥미롭고 몰입도 높은 경험을 제공하는 방법으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테이트는 디지털 크리에이티브 공모전 IK 프라이즈(IK Prize)를 주관하며 이러한 움직임에 앞장서고 있다. 작년 수상작인 에프터 다크(After Dark)에 이어 올해는 스튜디오 플라잉 오브젝트(Flying Object)가 제안한 테이트 센소리엄(Tate Sensorium)이 현실화 되었다.

 

테이트 센소리엄은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1909~1992)이나 리처드 해밀턴(Richard Hamilton)의 작품 등 21세기 영국 회화 작품 중 추상적이고 표현주의적인 네 개의 작품을 선정해 오감을 자극하는 전시를 기획하였다. 작품에 대한 설명이 없어 오로지 느껴지는 감각에만 의존하여 작품을 감상하고 해석해야 한다. 전시실 입장 시 뇌파와 피부반응을 측정할 수 있는 밴드를 착용하며 퇴장 시 어떤 감각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는지 분석한 개별 보고서를 받아 볼 수 있다.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핑거 인 어 랜드스케이프(Figure in a Landscape), 1945

 

런던 하이드 파크(London Hyde Park)를 배경으로 한 그림은 20세기 중반 전쟁과 정치적 상황으로 인한 불안정한 사회 분위기를 담아내고 있다. 관람객에게 제공된 초코렛에서 흙을 먹는 것 같은 까끌까끌한 질감과 함께 씁쓸한 훈연의 맛이 느껴진다. 또한 하이드 파크에서 녹음한 사운드가 3D 음향 효과 기술을 통해 전달되어 관람객의 주변을 감싼다.

 

 

데이브드 봄버그(David Bomberg), 인 더 홀드(In the Hold), 1913~1914

 

기하학적 형태를 통해 산업화에 대한 기대와 불안감을 표현한 데이비드 봄버그의 작품에는 두 가지 단계의 음향효과와 향기가 사용되었다. 작품에 가까이 다가가면 처음엔 날카롭고 각진 느낌의 사운드와 향기가, 이후엔 배의 화물칸을 연상시키는 사운드와 디젤 냄새가 청각과 후각을 자극한다. 단계적으로 효과를 사용하여 추상적인 형태를 통해 본질에 가까워지고자 했던 예술가의 의도를 반영했다.

 

 

리처드 해밀턴(Richard Hamilton), 인테리어 II(Interior II), 1964

 

리처드 해밀턴의 작품에는 여자 헤어스프레이 향과 함께 가구 광택제 특유의 향이 더해져 90년대 가정집 안에 들어간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함께 들리는 가위질 소리는 콜라주 표현 방식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존 레덤(John Latham), 풀 스톱(Full Stop), 1961

 

여백을 마킹하고 스프레이를 분사시키는 방법을 이용해 완성된 존 레덤의 작품이다. 관람객이 작품 앞에 놓인 울트라 햅틱(Ultra Haptic) 상자 안에 손을 넣으면, 비가 오는 소리와 함께 빗방울이 손으로 떨어지는 것 같은 촉감을 느낄 수 있다. 울트라 햅틱 기술은 립 모션 컨트롤러(Leap Motion Controller)를 사용해 손가락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고 진동을 초음파로 쏘아 가상의 촉각을 전달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 물체를 만지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검은색의 형태와 흰색 여백의 양면성을 감각의 존재와 부재로 재현했다.

 

지금까지 평면회화는 프레임에 갇혀 흰색 벽을 배경으로 적당한 위치에 걸려 있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작품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기 위함이지만 반대로 미술관을 신성시하는 태도를 조성하며 보는 이에게 거리감을 느끼게 한다. 더군다나 일반적인 갤러리 공간은 예술가가 작품을 만들어 내는 환경을 반영하고 있지도 못하다. 작품이 원래 있던 곳에는 예술가가 즐겨듣는 음악이나 창문 밖에서 들려오는 소음, 향수 냄새와 함께 담배 냄새가 어우러져 있을 수도 있겠다. 테이트 센소리엄은 미술관이 가진 물리적 공간을 이용해 어떤 의미 있는 경험을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색다른 대안을 제공한다.

 

http://www.tate.org.uk/whats-on/tate-britain/display/ik-prize-2015-tate-sensorium

http://www.designdb.com/drepo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