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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디자인

플레어 클락(Prayer Clock) 프로젝트

chocohuh 2014. 5. 13. 15:12

스위스 회사 IPTEQ2007전 세계의 디자인회사를 상대로 디자인 공모를 했다. 주제는 이슬람 문화권에서 그것을 종교로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그들에게 정확한 기도 시간을 알려줄 수 있는 새로운 컨셉의 시계를 제작하는 것이었다. 전 세계에서 20개가 넘는 디자인 회사들이 이 공모에 응했고, 긴 심사기간을 거쳐 독일의 파일럿피쉬(Pilotfish)가 우승을 거머쥐게 되었다.

 

파일럿피쉬(Pilotfish)2000년 독일의 마크 나겔(Marc Nagel)과 네덜란드의 하름 호겐비어크((Harm Hogenbirk)에 의해 독일 뮌헨과 대만 타이페이에 동시에 설립되었고, 최근 암스테르담에도 오피스를 확장한 디자인 에이전시이다.

 

파일럿피쉬는 우승과 동시에 IPTEQ와 함께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세상에 없던 시계를 디자인하게 된다. 최초 디자인 공모의 시작부터 4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 장기 프로젝트를 이끈 파일럿피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 스테파넬 바룻시에프(Stefanel Barutcieff)와의 대화를 통해 전통의 현대적 재해석을 이룬 플레어 클락(Prayer Clock)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이슬람교에서는 하루 다섯 번의 기도시간이 존재하는데 이는 매일 바뀌는 태양의 위치에 따라 그 시간이 바뀌게 된다. 이를 계산하고 알아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최신 기술력으로 그 기도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가 필요했다. 이슬람 종교에는 여러 종파가 있고, 이 종파들, 그리고 나라와 지역, 세대마다 이 종교에 대한 다양한 시각들을 가지고 있다. 전통을 고수하는 비교적 보수적인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현대화된 문물에 익숙한 사람들이 있다. 어느 사회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러한 구성이다. 이슬람 문화는 9세기에서 14세기에 걸쳐 그 문화와 과학이 발달했는데 특히 과학과 천문학 분야에서는 유럽의 그것을 앞선 발전을 이뤘다. 그렇게 발전한 전통적인 가치를 현대적인 기술과 형태로 재해석 하고자 한 클라이언트가 우리에게 의뢰한 프로젝트였다. 새로운 형태의 기도시간 알람시계를 전통의 가치를 지키면서 현대적으로 풀어내었다.

 

 

5 Different Prayer Time

 

UI 작업을 위해서 이슬람계 디자이너가 합류했지만, 초기에 이슬람 종교를 가진 디자이너는 없었다. 그래서 많은 양의 학습과 리서치가 필요했다. 클라이언트를 통해서 많은 교육을 받았고, 회사 차원에서 구매해서 읽은 서적의 양도 꽤 된다. 그중에서도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은 이스탄불로 직접 가서 실제로 그들의 문화와 종교를 보고 배운 것이었다. 그들을 알지 못하면 진행할 수 없는 프로젝트였다. 배움이 중요했고, 그것은 힘들기보다 아주 흥미롭고 재미있는 과정이었다.

 

 

Research and Documentation Trip

 

디자인해야 한 제품은 두 가지 타입의 시계이다. 첫 번째는 개인적으로 사서 집안의 응접실이나 기도하는 공간에 놓는 홈(Home: 가정용) 모델이고, 두 번째는 조금 더 큰 규모의 커뮤니티에서 구매하여 사원이나, 기도원 등에 비치하는 모스크(Mosgue: 사원용) 모델이다. 홈 모델의 경우는 미나레트(Minaret: 이슬람교에서 사원의 일부로 만든 높은 탑으로 탑 위의 높은 위치에서 기도와 예배 시간에 맞춰 신도들을 부르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됨)에서 영감을 얻었다. 높은 미나레트에서 기도 시간을 알려주는 과거의 기능과 의미를 그대로 부여하여 그와 같은 형상의 시계가 기도 시간을 알려준다는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전개했다. 다양한 스케치 과정을 통해 발전시킨 컨셉을 3D로 구현했고, 이후 여러 번의 수정을 통해 실물 크기의 목업(Mock Up)을 제작했다. 이후에도 여러 번의 수정을 거쳐서 마지막 안이 탄생하게 되었다.

 

 

 

Home Model Working Prototype Photo & Design Process

 

설계와 양산팀이 모두 투입된 대형 프로젝트였다. 전에 없던 새로운 방법을 이용해서 디자인을 진행했어야 했기에 전 과정에서 디자이너와 엔지니어 간의 긴밀한 협업이 필요했다. 먼저 디자이너들이 생각하는 컨셉을 구현하기 위해서 다양한 소재와 기술력에 대한 리서치가 필요했다. 모델의 작동 방식을 설명하자면 앞서 말한 미나레트를 구성하는 일곱 개의 링에 일곱 개의 다른 정보가 LED를 통해 디스플레이 되는데 링마다 독립된 플렉서블(Flexible) PCB와 역시 플렉서블(Flexible) LED 라이트 패널을 설치했다. 이렇게 독립된 디스플레이 방식을 통해 각각의 링은 앞뒷면에서 다른 정보들을 보여준다. 가장 상단의 링은 현재 시각, 가장 하단의 링은 날짜를, 그리고 그 사이의 다섯 개의 링은 매일 달라지는 기도 시간이 업데이트되어 표시된다. 다섯 개의 링은 회전하여 뒷면의 정보를 보여주기도 하는데 이는 그 시간에 해야 하는 기도가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홈 모델을 작동하기 위해서는 GPS가 탑재된 리모컨이 필요한데 홈 모델의 느낌과 일치시키기 위한 노력이 있었다. 실제로 작동되는 프로토타입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했고, 업체 선정 역시 파일럿피쉬가 담당했다. 소재를 정하는데도 많은 시도를 했다. 실제 금속에 어떠한 색과 후가공을 입힐지에 대한 긴 논의가 있었는데, 결국 이 시계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신앙의 정도를 표현하는 하나의 도구가 된다는 많은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하여 최종 소재와 후가공 선정을 하게 되었다. 실제로 작동하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했을 때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 클라이언트 역시 환호와 박수를 보낸 기억이다.

 

 

 

Home Model Concept & Engineering, CMF Process

 

모티브로 삼았던 것은 아스트롤라베(Astrolabe: 고대부터 중세까지 그리스, 아라비아, 유럽에서 사용된 천체관측기구)였다. 이슬람 문화의 아스트롤라베는 동심원을 이용한 형상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 이것을 이용해 컨셉을 발전시켰다. 홈 모델과 마찬가지로 그들의 전통적인 이미지와 가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것이 중요했다.

 

 

 

Mosque Model Working Prototype Photo & Engineering, CMF Process

 

사원에 놓이는 시계이기 때문에 크기가 꽤 큰데, 넓은 공간을 고려했을 때 멀리서도 한눈에 정보를 인지할 수 있고 가까이에서는 더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아스트롤라베에서 발견할 수 있는 동심원과 방향을 가리키는 바늘, 그리고 전통적인 패턴을 조형적으로 간결하게 다듬었다. 가장자리의 동심원에는 레이저 컷으로 만들어진 패턴 사이로 움직이는 LED 패널을 설치했는데, 이는 홈 모델과 마찬가지로 각각의 기도 주제와 의미를 알려준다. 시침, 분침과 함께 멀리서 현재 시각과 해야하는 기도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매일 바뀌는 기도 시간에 맞추어 위치가 수정되는 LED 정보가 사용자의 수고를 덜어주는 것이다. 가까이서는 시침이 있는 가장 작은 동심원 안의 디스플레이를 통해서 어떤 기도를 해야 하는지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하는 컨셉이 완성되었다. 모스크 모델은 벽에 걸 수도, 별도의 거치대를 이용해서 바닥에 세워둘 수도 있게 제작되었다. 워낙 큰 시계이기 때문에 뒷면에는 운반을 위한 손잡이도 다양한 손의 모양에 모두 적용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Mosque Model Working Prototype Photo & Concept

 

모든 상황에 맞춰 정확한 시간과 정보를 보여주는 워킹 프로토타입을 만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워킹파트가 많아서 그렇지만,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모든 수치를 구현해야 했기 때문이다. 리모컨과 홈 모델, 모스크 모델 모두에 적용되는 GUI를 개발하는 것은 UI, UX 디자이너들의 몫이었다. 정확한 정보를 제대로 인지할 수 있도록, 그리고 너무 전통적으로도 너무 현대적으로도 보이지 않도록 전체적인 제품 외형과 맞춰 디자인하는 것이 중요했다.

 

 

 

Mosque Model Engineering Process & UI Development

 

이 프로젝트는 파일럿피쉬에 의해서 미니 시리즈로 개발되어서 소비자들을 만나 품평 단계를 거치고 있다. 아무래도 많은 예산이 투입된 프로젝트였던 만큼 소비자들의 첫 번째 의견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 그들의 의견을 듣고 발전시킬 것이 있다면 수정이 될 테고 그 후에 대량생산되어 소비자를 만날 수 있으리라 예상한다.

 

우리는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지만, 전통적인 문화와 과학의 가치를 발견하고 그것을 배워서 새로운 것으로 재탄생시켜야 한다. 파일럿피쉬가 가진 리서치, 디자인, 기술 연구, 설계, 그리고 프로토타이핑과 양산 능력까지 모두 시험하고 증명할 수 있었던 기회이기도 했다.

 

전혀 경험하지 못한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은 디자이너가 가진 특권이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소화해볼 수 있는 디자인 전문회사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배움에 두려워하지 않는 파일럿피쉬의 팀들은 특정한 문화권의 전통적인 가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볼 영광스러운 기회를 경험해볼 수 있었다. 우리의 시점에서 과거의 것들을 배우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계승하여 그것을 또 다른 전통으로 만들어 미래의 후손들에게 전달하는 것은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미션일 것이다. 다만 우리는 디자이너가 하는 방법으로, 그것을 실천해 보았다. 자신의 방식으로 전통을 계승하는 일, 그것은 아주 가치 있는 일이다.

 

http://www.designdb.com/drepo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