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1988년 지적재산권, 디자인 및 특허 법안(Copyright, Design and Patent Act 1988)을 제정했는데 이 법안의 일부 조항이 지난 여름에 개정되었다. 기업과 규제개혁령(Enterprise and Regulatory Reform Bill 2013)이라 이름 지어진 새 법안은 영국 의회를 통과했고 이행 기간을 거쳐 정식 발효되었다.
아르네 야곱슨(Arne Jacobsen)의 에그 체어와 스완 체어.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많이 카피되는 디자인중의 하나이다.
영국에서는 지적 재산권이 70년 동안 보호되는데, 1988년 제정된 법안에서는 대량 생산된 예술품에 대해서는 예외규정을 두고 이를 25년으로 제한했었다. 이에 따라 가구 디자인 제품들의 지적 재산권 역시 25년 동안만 보호 받을 수 있게 되었고 25년이 지난 디자인 가구들은 자유롭게 카피제품을 만들어 팔 수 있도록 하였다. 이에 따라 복제의 주요 타겟이 된 제품들은 지난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전성기에 제작된 북유럽의 디자인 가구들이었다.
덴마크 같은 경우 가구 디자인은 70년 동안 보호받게 되어 있다. 그에 따라 카피 제품을 덴마크 내에서 팔거나 광고하는 것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는데, 개인이 제품을 사는 것은 합법이다. 그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카피 제품의 구입 통로로 영국을 이용해 왔는데, 영국의 웹사이트를 통해 제품을 구입하면 영국에서 택배로 배달하는 방법이 사용되었다. 영국은 유럽 연합 내에 있기 때문에 별도의 세관 통과 규정이 없다. 이에 따라 영국 법령의 구멍을 이용하여 유럽연합 내에서 합법적으로 제품을 구입하던 통로가 막히게 된 것이다.
그동안 이러한 영국을 통한 카피 디자인 가구의 구입은 많은 논란이 되어 왔는데, 영국 수상인 데이비드 캐머런(David Cameron)의 부인인 사만다 캐머런이 이탈리아 디자이너 아킬레 카스틸리오니(Achille Castiglioni)의 아코 램프 카피 제품을 구입한 것으로 비난을 받기도 했었다. 덴마크의 맥도날드 매장을 방문해보면 놀랍게도 의자가 덴마크 가구 회사인 프리츠 핸슨에서 나오는 아르네 야콥슨 의자로 되어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그런데 사실은 이도 카피 제품이다. 이에 따라 프리츠 핸슨은 맥도날드를 공식적으로 비난하기도 했지만 도덕적 비난은 할 수 있겠지만 현재 법에 따르면 이는 합법이다.
이러한 가구 디자인 카피 제품들은 보통 중국에서 만들어져서 영국을 통해 유럽으로 수입되곤 했다. 패션 디자인 제품과는 다른 점이 패션 디자인 제품의 카피 제품들은 디자인을 베끼는 것뿐만 아니라 심볼과 태그까지 카피해서 오리지날인 것처럼 속이지만 가구 디자인 제품들은 디자인만 유사할 뿐 노골적으로 제작자나 태그까지 위조하지는 않는 특성이 있다.
지적 재산권은 오랜 시간동안 논쟁의 한 가운데에 놓여 왔다. 특히 신약 특허는 약에 대한 접근성을 제한함으로써 도덕적 논란의 한가운데 놓여왔고, 디자인 특허 같은 경우 최근의 삼성과 애플 논쟁의 경우처럼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 때문에 역시 논란이 되고 있다. 북유럽 디자인 가구들은 그 가격이 싸지 않은데, 과연 그 가격에서 디자인이 어느 정도를 차지하는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카피 디자인을 옹호하는 측에서는 오리지날 디자인을 창작한 디자이너들은 이미 그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받았고 카피 제품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수입이 적은 서민층으로써 오리지날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없기 때문에 설령 카피 제품을 금지한다고 해도 카피 제품을 구입하는 대신 이케아와 같은 저렴한 대안을 선택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이 카피 제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디자인에 대한 안목을 키움으로써 잠재적 시장 확대의 가능성을 열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로 카피 제품을 금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에서는 오리지날 제품이 비싼 것은 단순히 디자인의 문제가 아니라 제품에 사용된 나무의 질도 다르고 카피 제품이 저임금의 중국에서 만드는 대신 노동자들의 수입을 보장해주고 노동에 관련된 권리를 충분히 지키기 때문에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카피 제품은 시장을 교란시킴으로써 디자이너의 권리뿐 아니라 산업 전반의 건전성을 해치기 때문에 금지 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덴마크의 FDB에서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약 6퍼센트의 덴마크사람들이 지난해에 카피 디자인 가구를 구입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이는 그 비율이 높지는 않은데, 그 이유는 44퍼센트의 사람들이 카피 제품을 구입하는 것은 도덕적이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고 그 이외에도 실제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경로가 인터넷으로 제한되어 있어 제품을 직접 보지 않고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신뢰도가 문제가 되어 구입하지 않은 것으로 응답하였다. 또한 다른 이유로는 오리지날 제품이 비록 비싸기는 하지만 제품의 완성도가 더 높고 중고가가 높게 형성되기 때문에 제품을 사용하다 중고 시장에 내놓아도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응답도 많았다. 실제로 덴마크는 전 세계에서 앤틱 시장이 가장 활성화된 나라중의 하나로 오리지날 디자인 가구 같은 경우 가격방어가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오리지날 제품을 사는 것이 경제적으로 더 좋은 경우도 많다. 유명한 임스 체어(Eames Chair) 같은 경우 심지어는 오래된 오리지날 제품이 원래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에 판매가 되고 있기도 하고 아르네 야콥슨의 초기 제품역시 높은 가격에 중고시장에서 활발히 매매되고 있다.
세계화의 영향으로 우리는 다른 나라의 법령 교체에 따라 다양한 영향을 받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이번 영국의 법령 교체가 어떤 장기적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http://www.legislation.gov.uk/ukpga/2013/24/contents/ena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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