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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디자인

핀란드(Finland)의 하비타레(Habitare) 박람회

chocohuh 2013. 5. 31. 10:34

핀란드에서 가장 규모가 큰 가구 및 인테리어 제품 박람회인 하비타레가 열렸다. 1970년을 시작으로 헬싱키 세계 디자인 수도의 해 행사와 맞물려 주최측, 참가자, 그리고 관람객 모두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헬싱키 시내에 위치한 박람회장 메수께스꾸스(Messukeskus)에서 열린 이 행사에는 가구, 텍스타일, 조명과 같은 인테리어 제품 회사와 주방, 욕실, 야외 활동, 사우나 관련 제품 회사 등이 참여하여 관련 업계 종사자들 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큰 주목을 받았다.

 

하비타레 박람회 전시장은 참여 회사들의 성격과 전시품의 종류에 따라 총 일곱 개의 공간으로 나뉘는데, 이 중 핀란드 제품 디자인의 현 주소를 읽을 수 있는 곳이 7번 홀, 'Ahead!'관이다. 'Ahead!'관은 신진 디자이너, 국내 및 해외 디자인 학교의 전시, 디자인 스튜디오, 크고 작은 유명 디자인 제품 회사의 부스가 모여 있고, 시상식 및 세미나 등 각종 흥미로운 이벤트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하비타레에서는 'Ahead!'관만이 가진 창의성, 진보성을 더욱 뚜렷하게 만들기 위해 매회 이 공간을 기획하는 건축가 혹은 팀을 고용, 색다른 주제로 시상식 및 세미나 공간을 만들었다. 올해 'Ahead!'의 건축회사는 Hollmén Reuter Sandman ArchitectsSaija Hollmén, Jenni Reuter 그리고 Helena Sandman, 이렇게 세 명의 여성으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이들은 1995년 세네갈에 여성 센터를 짓는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국내, 국외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Ahead!'관의 공간 기획 주제는 The Story of a Tree로 가공하지 않은 통나무를 전시실로 가져와 그 거친 표면과 가공된 디자인 제품들과의 극명한 대비를 만들었다.

 

 

 

Hollmén Reuter Sandman Architects 건축회사가 디자인한 세미나 및 이벤트 홀

 

 

 

 

 

 

하비타레 박람회에는 참여 회사의 부스 이외에도 특별 기획 전시들이 함께 마련되는데, 올해는 Design Competition, Protoshop, Ecodesign, Trash Design, Timeline 등의 전시가 방문객의 이목을 끌었다. 이 중, 학생과 신진 디자이너들을 상대로 개최되는 Design Competition은 헬싱키 박람회 협회와 Aalto 대학 주최로 열리는 하비타레 공간 디자인 공모전으로 올해 11번째를 맞이했다. 매번 다른 주제가 주어지는데 2010년 사우나, 2011년 재래식 화장실에 이어 개인이 휴식과 명상을 할 수 있는 공간, 'Private Space'가 공모전 주제로 선정되었다. 본선에 오른 다섯 개의 팀이 실물 크기 모델을 만들어 하비타레에 전시를 하고 그 우승자는 박람회 시작 당일에 시상식을 통해 발표하는 것을 관례로 해왔다. 올해 총 64점의 출품작 중 상은 Sunset Camera를 만든 Leo Lindroos에게 돌아갔다.

 

TV, 컴퓨터 스크린 등에서 나오는 푸른 파장과 태양에서 오는 붉은 파장을 다르게 반응하는 사람의 심리와 신체 리듬을 리서치하여 공간을 만들었다. Sunset Camera 내부에는 한 명의 사람이 들어갈 만한 공간으로, 다리를 뻗고 누울 수 있는 기다란 벤치가 있고, 그 맞은 편 벽면은 구리 타일이 부착되어 있다. 구리 타일 벽면 맞은편에는 조그만 창이 뚫려 있는데, 이 창을 통해 인공조명이 불투명한 액체를 통과하며 만든 부드러운 오렌지색 빛이 들어오고, 타일이 이를 반사하여 독특한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게 구성되었다.

 

 

 

수상자 Leo Lindroos

 

올해 하비타레 박람회에서는 크고 작은 회사들의 신제품 뿐 아니라 오래된 핀란드의 제품을 한 자리에 모아 핀란드 제품 디자인 역사를 되짚어 볼 수 있는 특별 전시, Timeline 또한 기획되었다. 핀란드 제품 디자인의 황금기라고 불리우는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10년 단위로 나누어 일반 가정에서 사용되었던 가구, 유리, 도자, 텍스타일, 가전제품 등을 모아 놓아 과거와 현대의 생활상을 관찰할 수 있게 꾸며 놓았다. Timeline 전시는 교육적 측면 또한 지니고 있어서 내국인과 외국인, 세대를 막론하고 많은 이의 주목을 받았다. 대부분의 전시품들은 헬싱키 디자인 박물관과 Lahti 박물관의 대여로 이루어져 있다.

 

 

 

Timeline 전시

 

방문객들의 주목을 끈 또 다른 전시는 Trash Hotel이라는 제목이 붙은 Trash Design팀의 특별 전시였다. Trash DesignHenkkaIsa 두 디자이너가 구성한 팀으로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이들은 버려진 소재, 유행이 지난 물건들을 재사용하여 다시금 일상생활에 유용한 물건으로 만드는데 주력했다. 특히 단순히 시각적인 즐거움을 끌어내는 것을 넘어서서 차고 넘치는 물건의 홍수 속에 사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되짚어 보는데 의미를 두었다. 또한 한계가 존재하는 '재료'의 의미를 다시금 인식하는 기회를 갖고자 교육적 측면 또한 강조되었다. Trash Hotel은 참가자들을 모집하여 각각 일정한 공간에 버려진 물건과 재료 등을 재사용하여 호텔 방으로 꾸미는데 사용하는 전시였다. 여기서 만들어진 전시품들은 구매가 가능했다. Trash Design팀이 버려진 운송 팔레트로 만든 가구는 지난 여름 동안 세계 디자인 수도 헬싱키 파빌리온에 놓여 방문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Trash Hotel

 

매년 핀란드 디자인 발전에 공헌을 하고 많은 이에게 귀감이 된 디자이너에게 수여하는 Kaj Franck Design Prize. 올해 수상자 Simo Heikkilä(1943)의 특별 전시 또한 마련되어 그의 전작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Kaj Franck Design Prize 수상자 Simo Heikkila 전시

 

핀란드는 넓은 땅덩어리에 비해 인구가 적어 이웃 스웨덴이나 덴마크보다 국내 시장의 규모가 작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자국민들의 신뢰와 사랑을 바탕으로 성장해 온 Littala, Marimekko, Artek 등과 같은 회사들이 이제는 핀란드를 넘어 활동영역을 세계로 넓히고 있고, 핀란드의 젊은 세대들은 넓은 시야를 가지고 다양한 시도를 하며 세계와의 소통을 꾀하고 있다.

 

하비타레는 지난 2009년 이후로 2년마다 열리는 행사에서 연중 행사로 바뀌어 북유럽을 대표하는 박람회로서 성장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이에 발맞춰 매년 신제품을 개발, 생산해 내야하는 회사들의 연이은 참가가 어려워 하비타레 박람회의 전체적인 내용과 질은 예전과 비교하여 떨어졌다는 여론이 강하다. 게다가 다른 나라의 디자인 박람회가 작은 디자인 회사나 개인에게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부스를 대여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것과는 달리 하비타레에는 아직 이렇게 세심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평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생이나 디자이너 개인, 작은 회사가 의기투합하여 창의적인 작업을 대중에게 공개하고, 실제 산업과도 교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듦으로써 그들에게는 한 단계 성장할 기회를, 또 방문객에게는 다양성과 활력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핀란드 디자인 산업의 국제적 성장에 발맞추어 앞으로 하비타레 주최 측 역시 좀 더 세심한 기획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http://www.aheadhabitare.fi/en/design-competition

http://www.designdb.com/drepo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