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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디자인

데이비드 후드(David Hood) 제품 디자이너

chocohuh 2013. 4. 29. 10:19

디자인은 1800년대 중반 윌리엄 모리스(Willam Morris)를 주축으로 영국에서 일어난 '미술공예운동(Arts and Crafts Movement)'이 그 시초라고 여겨지는 것이 정설이다. 당시는 막 시작된 산업혁명의 결과로 각종 공산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고, 우리 생활 속에 존재했던 장인의 섬세한 공예품을 대체하게 된다. 조악한 공산품들의 미적 가치는 당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던 공예품들과는 비교가 불가능했고, 사람들이 받았을 미학적 괴리감과 실망감에 대해 짐작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리하여 대량생산 제품을 거부하고 다시 공예로 돌아가자는 운동이 ‘미술공예운동’이다. 하지만 이 운동은 몸부림이었을 뿐, 결국 공산품은 우리의 생활을 장악하게 된다.

 

독일의 '바우하우스(Bauhaus) 운동'은 회귀를 포기하고 대량생산을 받아들이면서 거기에 미학적인 가치를 추가하자는 움직임이다.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부터 진정한 디자인의 의미와 맥락이 탄생했다고 한다. 디자인은 산업, 그리고 대량생산과 미(美)가 결합된 예술이다. 이 명제는 디자인과 다른 예술을 구분 짓는 명확한 척도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로부터 15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새로운 위기에 직면했다. 금융과 산업사회는 무너지고 있고,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것 자체가 비판받는 상황이 된 것이다. 디자인은 유행을 창조하여 쓸모 있는 제품들까지 폐기하게 만들고, 소비를 조장하고 있지는 않은가. 성숙한 다음 사회를 이야기하는 시대가 도래했고, 디자인에도 대안이 필요하게 됐다.

 

 

데이비드 후드(David Hood)와 그의 대표작 '커뮤니티 퍼실리티(Community Facility)중 스트리트 램프 익스팅귀셔(The Street Lamp Extinguisher)', 2010년

 

덧붙여 공장이 제3세계 국가들로 이전되고, 3차 산업이 많은 디자이너들이 활동하는 선진국의 대도시를 채우면서 디자이너들은 생산 체계로부터 분리된다. 디자인 프로세스에서 대량생산을 축출하는 노력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디자이너는 자신의 목소리를 제품 속에 담아 소비자에게 전달한다. 여기서 만약 대량생산이라는 공정 없이 메시지만 전달한다면, 우리는 이를 매스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리포팅에서는 영국왕립예술학교 제품 디자인과 플랫폼(Platform) 13을 졸업한 비평적 디자이너 데이비드 후드(David Hood)를 소개한다.

 

데이비드 후드(David Hood)는 북 아일랜드(Northern Ireland)의 벨페스트(Belfest)를 베이스로 활동하는 디자이너다. 2010년 영국왕립예술학교 제품 디자인과(Design Products)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벨페스트에서 쥬얼리 디자이너 세닌 파시(Seainin Passi)와 함께 '커뮤니티 퍼실리티(Community Facility)'라는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런던 보행자 대중교통(London Pedestrian Transport), 2010년

 

런던 보행자 대중교통(London Pedestrian Transport, 이하 L.T.P.)은 런던의 지역사회기반인 대중교통 시스템에 대한 장난스러우면서도 진지한 제안이다. 동시에 관습적이고 전통적인 교통수단의 부정적 측면에 관한 매력적인 재조명이기도 하다. 전통적인 대중교통 방법론들은 영국 시민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문화적으로, 또는 환경적으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있다.

 

걸어다니는 버스인 L.T.P.는 현존하는 런던 시민들의 '사보타주(Sabotages)'를 약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L.T.P.는 임시적으로 방랑하는 하나의 집단이라고 할 수 있으며, 걷는다는 단순한 행동으로 얻는 잠시간의 사회적인 소통, 건강상의 이익들 그리고 결론적으로 취득되는 웰빙에 대한 겸손하며 매력적인 제안이다.

 

 

커뮤니티 퍼실리티(Community Facility), 2010년

 

커뮤니티 퍼실리티(지역사회 시설, Community Facility)는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사회적 디자인 활동이다. 이는 콘셉트적인 동시에 생산적으로 지역기반 시설과 서비스 그리고 물건에 접근한다. 보수적인 시스템의 잠재적인 가능성을 지역 기반의 구성원 스스로에게 일깨우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이들은 사회적으로 명확하게 헤아리기 힘든 가치를 지닌 것들을 발견해 내고자 한다. 또한 독립적으로 커뮤니티의 단체들과 협력해 혁신적인 각종 시스템을 창조하며, 독특하고 불가능 할 것만 같은, 동시에 일반적이지 않은 대안들을 지극히 평범한 지역 단체들과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 내고 있다. 미학적 아름다움과 확장된 기능성을 덧댄 각종 프로젝트들은 지역의 정체성을 시(詩)적인 관점으로 일깨우고, 새로운 커뮤니티를 우리 손으로 만들어 낼 수 있음을 알리고자 한다.

 

 

 

스트리트 램프 익스팅귀셔(The Street Lamp Extinguisher), 2010년

 

가로등 소등기(The Street Lamp Extinguisher)는 개인적, 또는 집단적인 이슈인 인공조명 공해, 스트레스, 불면증 그리고 도심 속 야생동물의 삶의 터전 침해에 대항하는 대안적인 커뮤니티 서비스다. 가로등 소등 서비스를 원하는 사람들은 그가 운영하는 웹사이트의 익명게시판에 요청 할 수 있다. 마치 오래전 존재했던 인공조명을 점등하고 소등했던 점등원(點燈員)처럼 특이한 기구를 이용해 직접 거리를 돌아다니며 고객의 요청이나 점등원 본인의 의사에 따라 가로등을 점등하거나 소등할 수 있다.

 

소규모 커뮤니티의 경제적인 부의 정도를 측정하는 척도가 건강한 삶이나 삶의 질이라고 한번 상상해보자.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아마도 합리적으로 계산할 수 없는 이질적인 척도들(생김새, 개성, 냄새 등)을 사용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나 이질적인 척도들이라도 이것이 만약 건강과 삶의 질, 아름다운 커뮤니티를 형성하기 위한 모델의 가설로서 존재한다면 어떠한가. 그렇다면 이 가설은 어떠한 형태를 지닐 것인가? 사실 이러한 비합리적인 척도, 예를 들어 탄소 배출권 거래제도(Emission Trading System)와 같은 것들은 이미 세계 시장에 존재해 왔다.

 

 

 

 

버드 송 트랜스미터(Birdsong Transmitter), 2010년

 

만약 이처럼 소규모 커뮤니티에 존재하는 무형의 자산에 가격을 붙인다면 우리는 어떠한 것들에 경제적인 관념을 투입할 수 있을 것인가. 정신적 또는 육체적으로 해롭거나 때론 이로운 ‘소리(Sound)’에 가격을 붙인다면 어떠한 일이 벌어질 것인가?

 

버드 송 트랜스미터(Birdsong Transmitter)는 새 소리라는 하나의 지역사회 자산을 재조명한다. 버드 송 트랜스미터는 새들의 울음소리가 많은 지역에 설치된다. 새 소리 우편함 이라고도 할 수 있는 새소리 송신기는 새소리가 충분하면 자동으로 작동하게 되며, 내장된 마이크를 통해 새소리를 저장하고 전송할 수 있다. 저장된 새소리는 일반인들이 살아가는 곳에 설치되어 있는 수신기를 통해 지역사회로 보내진다. 수신기는 그림에서처럼 횡단보도나 각종 안내음이 필요한 곳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용도 즉, 개인의 주택으로도 전송될 수 있다. 긴장을 이완하는 아름다운 자연의 새소리는 버드 송 트랜스미터를 통해 개인과 로컬 커뮤니티의 자산으로서 그리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요소로서 재탄생된다.

 

http://www.designdb.com/drepo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