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시초코렛 HUHSI chocolate

무라카미하루키

월간 강치 문예

chocohuh 2013. 1. 7. 09:29

눈을 떠 보니 근사한 날씨였다. 나는 바다로 나가 아침 햇살 아래서 한바탕 헤엄을 친 후 아침을 먹고, 소화를 돕기 위해 빙산 주변을 헤엄쳐 다니며 전갱이와 다시마를 땄다. 갈매기가 다가와 먹음직스러운 전갱이군요, 하고 탐나는 듯한 얼굴로 말을 걸어 왔지만, 나는 웃음으로 얼버무려 버렸다. 한 마리의 갈매기에게 전갱이를 주면, 그러는 동안에 온 세계의 갈매기들이 나는 전갱이를 탐내게 된다. 미안하지만, 나는 한 마리의 평범한 강치지 신도 존 레논도 아니다, 라고 설명을 했더니 갈매기는 단념하고 어딘가로 날아갔다.

 

이럭저럭 점심때가 되었기 때문에 나는 집으로 돌아와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으니 졸음이 와서 바다에 누워 낮잠을 자기로 했다. 해안에 당도해 보니 아까 보았던 갈매기가 있었다. 나는 가방에서 신문지로 싼 전갱이를 한 마리 꺼내 그에게 주었다.

 

"여어, 나리, 미안합니다."하고 갈매기는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나리는 틀림없이 좋은 분이라는 걸 난 첫눈에 알았죠.“

 

바다에 떠 누워 있자니, 따뜻한게 아주 기분이 좋았다. 내 주위에도 전부 합해 20마리 정도의 강치가 누워 낮잠을 자고 있었다. 언젠가 누군가가 하늘을 향해 기세 좋게 소변을 보곤 했는데, 그것이 햇빛에 반짝거리며 빛나 매우 보기가 좋았다.

 

눈을 떠 보니 저녁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나는 서둘러 헤엄을 쳐 집으로 돌아와, 맥주를 마시며 오징어 햄버거를 먹었다. 아내가 식탁에서 아들에게 "얘야, 파파에게 보여 드릴 게 있었지?" 하고 말했다.

""하면서 아들은 나에게 성적표를 내밀었다. 나는 성적표를 펴 보았다. <헤엄치기> <낮잠> 5였고, <작문> <요리> 4였고, <마작> <산수> 3이었다. 어쩐지 내가 어렸을 때의 성적과 비슷하다고 생각되었다.

"그래, 열심히 해, 우물우물."하고 나는 말했다. 저녁식사를 마쳤을 무렵, 늘 그랫듯이 [월간 강치 문예]의 나카야마(中山)로부터 마작을 하자는 전화가 걸려왔기 때문에 나는 밖으로 나갔다. 반장(班莊)을 네 번해서 가족 선물 살 돈을 벌어 집으로 돌아오니 벌써 12시였고, 아내와 아들은 깊이 잠들어 있었다. 나는 냉장고에 초밥 상자를 넣어 두고, 맥주 한 병을 마시고, 아내의 귀밑머리에 두세번 손가락을 대 보고는 잠이 들었다.

 

이튿날 아침, 눈을 떠 보니 근사한 날씨였다. 나는 바다에서 한바탕 헤엄을 치고 나서 아침을 먹고, 소화 돕기 위해 빙산 주변에서 전갱이와 다시마를 따는 동안 점심 때가 되어, 집으로 돌아와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으니 졸음이 와서 바다에 누워 낮잠을 잤는데, 갈매기 울음소리 때문에 3시에 잠이 깼다. 몇 백 마리나 되는 갈매기가 나를 찾아 하늘을 빙빙 날아다니고 있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잠수를 해서 집으로 돌아와, 응접실 소파에서 나머지 낮잠을 잤다.

 

갈매기도 보통 때는 결코 나쁜 동물은 아니지만, 전갱이에 대해서만은 태도가 싹 바뀌어 버린다. 곤란한 일이다. 저녁식사를 마쳤을 무렵 [월간 강치 문예]의 나카야마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지금 원고를 받으러 가도 괜찮겠습니까?"하고 나카야마가 말했다.

"원고라니, 무슨 원고?"하고 내가 말했다.

"그러시면 곤란한데요. 3개월 전에 부탁드렸던 <전국 강치 미녀 누드 콩쿠르>에 대한 선평 말입니다. 어제 분명히 확인까지 하지 않았습니까?"

"아아, 그런가?"하고 나는 말했다. "그러고 보니 아침부터 뭔가 해야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들긴 했었지."

"그럼 9시에 찾아뵐 테니까, 아무쪼록 잘 부탁합니다."

 

[월간 강치 문예]는 이름만은 훌륭했지만, 사실은 <월간>도 아니고 <문예지>도 아니다. 들리는 얘기에 의하면, 창간 무렵에는 <강치 르네상스>라는 고매한 이상을 가진 꽤 훌륭한 잡지였던 듯하지만, 긴 세월동안 숙명적인 강치성에 질질 끌려들어, 어느 사이엔가 기분이 내킬 때만 나오면 패거리끼리의 마작과 음주에 관한 잡지가 되어 버렸다. 때때로 나카야마가 "이래선 안 됩니다."하고 말을 꺼내면 다른 사람들도 그 때는 맞장구를 치긴 하지만, 어차피 술을 먹고 하는 얘기이기 때문에 아침이 되면 모두 잊어버리고 만다. 이렇게 되어 버린 건 어쨋든 이렇게 되어 버린 거고, 이렇게밖에는 되지 않은 거니까 이것저것 생각해 봐야 어쩔 수가 없다. 나카야마도 지금은 젊으니까 힘이 넘치지만 2,3년 정도 지나 제구실을 할 수 있는 강치가 되면 수영과 낮잠과 마작으로 시간을 질질 끌며 즐겁게 나날을 보내게 될 것이 틀림없다. 우리는 강치이고, 결국 모든 강치는 자신의 강치성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선평을 위한 누드 사진 몇 장을 가지고 바다로 나가 해면에 떠서 달빛으로 사진을 보고 있던 중에 깜빡 잠이 들고 말았다. 꿈속에서 나는 테이블의 다리가 되어 있었다. 그것은 네 개의 다리를 가진 오크재의 테이블이었는데, 그 위에는 꽃병이 놓여 있었다. 테이블은 무슨 이유에선지 아오야마학원 대학의 정문 앞에 놓여 있었따. 아오야마 거리의 건너 편에는 특설 스테이지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그곳에서는 토니 베네트가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부르고 있었다.

 

꿈속에 보는 화이트 크리스마스, 하얀 눈빛....... 이렇다 할 이유도 없이, 나는 토니 베네트가 나를 향해, 테이블 다리인 나를 향해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부르고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나는 찌르레기 모양을 한 저금통으로 변해 있었다. 찌르레기 저금통에 관해서는 재미있는 일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몇 시간이나 나는 찌르레기 저금통이었으므로, 만일 내가 눈을 뜨지 않았더라면, 나는 지금도 찌르레기 저금통을 하고 있을 게 틀림없다.

 

눈을 뜬 것은 9시였다. 강치로 돌아온 나는 사진을 입에 물고 헤엄을 쳐 집으로 돌아왔다. 나카야마는 이미 집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카야마는 법정 대학 사회학부를 막 나온 인탤리 강치인데, 브룩스 브라더스의 슈트를 세 벌이나 갖고 있다. 그러나 마작은 약하다.

 

"원고는 다 됐겠죠?"하고 나카야마는 걱정스럽게 내게 물었다. 아내가 나와서 나카야마와 내게 커피를 주었다.

"나카야마 씨도 슬슬 부인을 얻으셔야죠. 그렇잖으면 이미 좋은 분이 있으신가요, 호호호."하고 아내가 말했다.

"아뇨, 그런 사람은 없어요. 하하하."하고 나카야마가 말했다. 그 동안에 나는 술술 원고를 써 나갔다.

"다음으로 상위에 오른 강치에 대해 짧게 평을 하자면, 심사 번호 141호는 훗카이도(北海道)출신으로 균형이 좋고, 몸매가 늘씬하며, 털은 곱슬거림이 선명하고 탄력이 풍부하며, 모속(毛束)의 상태도 명료합니다만 약간 품위가 떨어지는 것이 아쉬운 점입니다. 118호는 야마카타 현(山形縣) 출신으로, 체형은 폭, 길이, 두께의 균형이 아주 좋고, 잘 발달된 대퇴부에서 둔부와 허리로의 멋진 흐름과 폭이 있는 단단한 어깨에 이르는 부분, 또 등줄기의 피하 지방 위에 나타난 담홍색은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양쪽 다 유방 및 성기에 대해서는 꼬집어 말할 만한 결점이 없었습니다. 193호에 대해서는......"

 

이런 문장을 쓰고 있자니, 쓰고 있는 나도 흥분이 된다. 그런 흥분을 아내나 나카야마에게 눈치채이지 않도록 나는 자못 심각한 얼굴로 원고지 3장분의 강평을 완성해, 그것을 나카야마에게 건네주었다.

 

"허어, 언제나 그렇지만 정말 훌륭합니다."하고 나카야마가 말했다.

"아니 뭘." 하고 나는 말했다. 그 후 나는 [월간 젊은 강치]의 도츠카씨를 불러내어 함께 바다에 떠서 즐겁게 술을 마셨다. 별이 너무나도 아름다운 밤이었다. 내일도 좋은 날씨일 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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