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브(Tube)라는 애칭으로 유명한 런던의 지하철(Underground)이 올해로 150주년을 맞았다. 그 오랜 세월 동안 튜브는 단순히 '런더너들의 발'이라는 대중교통수단으로의 역할에만 만족하지 않았다. 튜브를 둘러싼 하나하나의 시각적 요소들은 영국의 디자인, 아트의 자부심을 보여주는 장으로, 때론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들의 무대로 활용되어 왔다. 1933년 Harry Beck이 만든 런던의 튜브 맵(실제의 지형과는 상관없이 모든 루트를 수직, 수평, 45도 사선으로 효율적으로 표시한 획기적인 시스템으로, 이후 국제적인 표준처럼 됐다), 빨간 동그라미에 파란 색 막대기가 통과하는 형태의 튜브 로고 라운델(Roundel)은 그래픽 디자인사에 한 획을 그은 명작으로 이미 알려져 있다.
런던 튜브 150주년을 기념한 튜브 라운델 로고
런던 언더그라운드 150주년을 맞아 한 세기 반에 걸친 이런 디자인적 전통이 더욱 공고히 할 일련의 이벤트들이 지금 영국에선 한창이다. 150주년을 맞는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의미 있는 아트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Art on the Underground'는 올 초 영국을 대표하는 유명 예술인이 모든 역 청사에 예술작품을 전시하는 프로젝트, 150주년을 맞아 최고 명성을 지닌 15명의 아티스트들에게 15개의 기념 작품 커미션, 런던 지하철을 소재로 만들고 있는 영화 제작 등을 야심차게 발표했다. 150주년을 기념해 런던 교통 박물관과 함께 튜브의 역사, 의미를 짚는 전시들도 펼쳐질 계획이다.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캔버스가 된 튜브 지도의 커버. 왼쪽은 150주년 기념으로 Sarah Morris가 만든 커버 그래픽이고 오른쪽은 일본 작가 쿠사마 야요이가 만든 지도 커버
사실 150주년을 기념한 이벤트도 눈길을 끌지만, 진정 튜브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일개 통신수단인 지하철이 그 오랜 세월 동안 ‘예술의 보고’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예술에 대한 공공 기관들의 폭넓은 이해와 전문적인 뒷받침이 있었다는 점이다.
Art on the Underground에 가면 전시가 열리고 있는 튜브 역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과녁처럼 크게 표시된 곳이 전시가 열리고 있는 역이다.
런던 언더그라운드에서 부지런히 대중들에게 예술을 소개하고 작가들을 커미션 하는 주역은 런던 교통청 'TFL(Transport for London)' 산하의 '아트 온 더 언더그라운드(Art on the Underground, 지하철 위의 예술)'라는 이름의 조직이다. '월드 클래스 지하철을 위한 월드 클래스 예술(World Class Art for a World Class Tube)'이라는 자부심 넘치는 비전을 내세워 런던 언더그라운드의 아이덴티티이자 서비스의 핵심에 있는 가치가 바로 디자인과 아트임을 강조한다. 이들의 주요 임무는 "지하철 역사 환경과 승객들의 경험을 풍요롭게 만들어줄 수 있는 컨템퍼러리 아트를 공급하는 것"이다. 때로 설 무대가 없는 신진 아티스트들에게 기회의 장을 열어주기도 하고, 런던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디자인 이벤트도 수시로 연다. 튜브 포켓 지도 커버를 예술가들에게 커미션한 작품을 프린트함으로써 지도를 들고 다니는 승객들의 손에 컨템퍼러리 아트를 들려주는, 흥미롭고 독창적인 이들의 시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최근엔 Podcast를 만들어 참여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을 네티즌에게 알리는 노력도 하고 있다. 승객에게 갤러리에 들어온 것 같은 경험을 선사하기 위한 런던의 크리에이티브한 예술 사랑은 튜브를 세상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하고 매력적인 아트 공간으로 만들었다.
지난해 12월 Jacqueline Poncelet가 작업한 Edgware Road역의 설치물
작가 Michael Landy가 지난해 런던 올림픽 때 친절을 컨셉으로 해서 만든 "Acts of kindness". 일부 튜브 좌석 시트에 이 그래픽이 프린트되기도 했다.
지난해 6월 Gloucester Road 역에 설치했던 Sarah Morris의 작품 "Big B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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