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충 시간에는 꼼꼼한 편이라서, 여간한 일이 없는 한 약속한 시간에 늦지 않는다. 그러나 옛날부터 쭉 그래왔던 게 아니고, 학생시절에는 지각 상습범이었고, 사람을 기다리게 해놓고도 전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뻔뻔스런 인간이었다.
그런데 학교를 졸업하고 장사를 시작하여 타인에게 '절대로 지각을 하지 않도록.' 이라고 명령하는 입장이 되고 부터는 내 자신의 지각벽도 깨끗이 나아 버렸다.
지각을 하지 말라고 주의를 시킨 당사자가 지각을 해서야 누가 그 인간의 말을 듣겠는가.
그래서 그런 건 아니지만, 나 개인적으로는 학생 시절에는 지각쯤 해도 별 상관이 없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학교에 가는 시간이 좀 늦어진다고 해서, 별 재미도 없는 수업의 앞대가리 부분을 좀 못 듣는다고 해서, 그런 것을 손실이라면서 안타까워 할 만한 것도 못된다. 필요에 따라 여러 가지 버릇이나 습관을 교정하는 것은 사회에 나가서 시작해도 충분하다.
내가 가끔 머무는 시내의 호텔 창문 바로 아래로 여자 고등학교의 정문이 내려다보인다. 아침에 일어나 샤워를 하고, 아침 식사를 한 후 한숨 돌리고 있노라면 대개 고등학교의 등교 시간이 된다. 똑같은 검은 가방을 들고 세라복을 입은 여자애들이 줄줄이 걸어와서는 교문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한참 구경을 하다보면, 차츰 여자애들이 종종걸음으로 길을 달려온다.
이윽고 운명의 벨 소리가 울리고, 교문이 끼익. 하는 소리를 내며 닫힌다. 트레이닝 웨어를 입은 심술 맞게 생긴 선생이 문 옆에 서서, 지각을 한 여자애들에게 일일이 훈시를 하며 이름을 적는다.
그러나 개중에는 반드시 '지각생이란 딱지를 내가 호락호락 붙일성 싶으냐.'라는 발상을 하는 용감한 여고생이 있다.
그런 여자애는 교문 가까이에 있는 전신주 뒤에 숨어 사태를 관망하다가 트레이닝 웨어 차림의 선생이 잠시 한눈을 파는 틈을 타, 날쌘 토끼처럼 길을 가로질러 인가의 담으로 뛰어올라 가서는 살살 그 담을 타고 그대로 학교 담 안으로 뛰어내리는 것이다. 그러고는 치맛자락을 탁탁 털고, 시침 뚝 뗀 얼굴로 교실에 들어간다. 용기와 판단력과 체력을 갖추지 않고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아슬아슬한 재주이다.
그런 장면을 보고 있자면, 나는 호텔의 사층 창문가에서 나도 모르게 짝짝하고 박수를 치며, 그 하루를 즐거운 기분으로 보낸다.
그런 까닭으로, 나는 그 여고가 내려다보이는 호텔을 제법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