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에서 우리는 어떤 경험을 기대하는가? 편안한 조명과 조용한 주변 환경, 근사하고 실험적인 미술품들 속에서 이루어지는 잠시 동안의 지적유희. 이 모든 것에는 적절한 밝기의 빛이 전재되어야 한다. 하지만 만약 미술관이 불을 모두 꺼버린다면? 이 발칙한 상상이 영국 런던 테이트 모던 갤러리에서 현실화 된다. 테이트 모던 갤러리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이벤트인 테이트 블랙아웃(Tate Blackout)이 그것이다.
물론 그 누구도 아무것도 없는 깜깜한 미술관에 가기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이 어두움을 이용하여 자신의 작품을 표현하는 작가가 있다면 어떠한가. 이번 테이트 블랙아웃에서는 실험적이고 충격적인 조명작업으로 유명한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이 그의 최근작업인 리틀 선(Little Sun), 작은 태양을 선보인다. 리틀 선은 그가 12주의 런던올림픽 기간 동안 매주 토요일 서리얼리즘 갤러리(Surrealism gallery)에서 선보인바 있다.
올라퍼 엘리아슨은 관객과 소통하는 사회적 미술이라는 주제를 가장 급진적인 방식으로 유효화시키는 스타 작가이다. 북유럽의 신비한 자연 현상을 모티프로 하여 만들어 내는 스펙터클한 공간은 자연이라는 우리의 가장 근본적이고 일상적인 경험과 평행을 이루며 예술작품의 지각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다. 그의 작품은 우리의 지각이 날씨와 같이 연속적으로 흐르고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사람들은 단순히 그림을 볼 때처럼 그의 작업 앞에 서 있지 않고 그 안에 걸어 들어가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기 때문에, 그의 작품은 박제된 수동적 지각이 아닌 상호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동적이고 사회적인 지각을 체험하게 한다. 이렇듯 그의 작품은 보는 행위를 사회적 경험으로 가정한다.
그는 계속해서 변화하고 사용자에 의해 끊임없이 재정의되는 공간의 일시성이 설치 작업의 근간이 되는 개념이라 밝히고 있다. 정적인 대상이나 사물화된 공간이 상업적으로 더 유효하다는 논리가 주체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재창조되는 공간의 가능성을 억압한다고 보는 것이다. 그에게 있어 사물들은 물론 예술작품 역시 정적인 것이 아니며 작품이 보여지는 맥락과 관객들의 다양한 반응에 의존하는 불안정함과 다양함 속에 존재하는 것이다. 그는 설치 작업이 제공하는 감각적 경험들이 "작업 자체에서 찾을 수 있는 핵심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관객에 의해 활성화되는 선택지에 기초한다."고 말한다. 즉, 그의 작품들은 그 자체로 핵심을 가진 완결체가 아니라 상호작용을 위해 마련된 실험적인 구조물일 뿐이며 관객은 철저히 작품의 연장선상에 놓이게 된다.
관람객들은 테이트 블랙아웃(Tate Blackout)에 입장하기 위해 이 작은 꽃모양을 한 태양열 에너지 램프를 구입해야만 한다. 이 아름다운 램프는 사실 밤에 불을 밝히기 위한 전기가 극히 제한된 후진국에 빛이라는 자원을 제공하기 위하여 고안되었다. 세계적으로 약 16억 명의 인구가 전력으로 부터 고립되어 있다. 리틀 선은 5시간 동안의 태양에 대한 노출로 LED를 밤새도록 밝힐 수가 있다. 이는 곧바로 삶에 대한 질의 향상으로 직결된다.
올라퍼 엘리아슨은 프로젝트는 문제에 대한 합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에너지와 빛 그리고 인력의 상관관계에 관한 근본적인 고찰이다. 라고 말한다. 또한 전 세계적인 에너지 고갈과 빛에 대한 중요성의 재조명이기도 하다.
테이트 블랙아웃은 리틀 선과 함께 하는 테이트 모던 갤러리의 입장 뿐만 아니라 잘 알려진 필름 메이커들로 부터 촬영된 16개의 영상도 함께 상영되고 있다. 리틀 선은 영국돈 16파운드(한화 28.000원)에 구입할 수 있고 공식적인 입장료는 무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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