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을 중심으로 세계적으로 서서히 공감을 얻고 있는 정부를 위한 디자인에 큰 힘을 더했던 헬싱키 디자인 랩(Helsinki Design Lab)이 인사를 전했다. HDL은 준 정부기관인 핀란드 혁신기금 시트라(The Finnish Innovation Fund Sitra)의 마르코 스테인버그(Marco Steinberg)가 이끄는 전략디자인 부서의 주요 프로젝트 중 하나로 지난 2008년부터 현재까지 시트라를 대표해 전략디자인의 개념을 소통해왔다. 디자인은 문제 해결 분야라는 관점에서 출발해 오늘날 정부가 맞닥뜨린 문제들이 하나의 원인보다는 다양한 문제들의 총체적 결과로 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문제의 구조(Architecture of Problems)를 파악할 줄 아는 다학제적(Interdisciplinary)인 안목을 강조한다.
께로할리(Kellohalli) 건물에서 열린 HDL
HDL의 역사를 이야기하려면 크게는 1968년도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트라는 당대 최고의 디자인 사상가인 빅터 파파넥(Victor Papanek), 크리스토퍼 알렉산더(Christopher Alexander), 벅민스터 풀러(Buckminster Fuller)를 비롯 핀란드를 대표하는 건축가 유하니 빨라스마(Juhani Pallasma), 디자이너 안띠 누르메스니에미(Antti Nurmesniemi) 그리고 현대 핀란드 디자인 교육를 대표하는 위리오 소따마(Yrjö Sotama) 등이 기여한 다학제적 디자인 세미나 Industrial, Environmental, and Product Design을 지원하며 핀란드에 통합적 개념의 제품디자인을 소개한 바 있다. 이는 디자이너와 산업 사이에서 연결 고리로 작용해 디자인이 더 넓은 의미로 확장하고 사용되는데 일조하였으며 나아가 핀란드 디자인 교육과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다.
그로부터 40년 뒤 시트라는 HDL Global이라는 이름으로 디자인의 잠재력을 다시 논하기 시작했다. HDL Global 2008년 전 세계 다양한 분야의 디자이너들을 헬싱키로 초대해 디자인의 새로운 역할에 대해 논의했고, 2010년에는 디자이너나 건축가 외에도 각계의 전문가들을 초청해 정부를 위한 디자인과 "국제기구를 위한 디자인 등의 구체적 가능성을 타진했다. 그 참석자와 발표자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계보건기구 WHO의 노령화부문장인 존 베어드(John Beard)나 전 유럽의회장이었던 팻 콕스(Pat Cox), 미 대통령 암 자문단장이었던 라셀 라팔(LaSalle Leffall), 덴마크 인덱스(Index) CEO 키게 비(Kigge Hvid), 헬싱키 시장 유씨 빠유넨(Jussi Pajunen)과 핀란드 주택부 장관이었던 얀 바빠부오리(Jan Vapaavuori) 등이 포함되어 있다. HDL 2012는 30명이라는 아주 작은 규모로 시트라의 전략 디자인부서의 프로젝트를 함께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다.
시트라가 고민하고 소통하고자 하는 디자인은 전통적인 디자인 결과물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넓은 의미의 디자인을 잘 하기 위해 개발되어온 도구들을 전통적인 디자인의 영역을 넘어, 특히 정부 등 공공의 영역에 적용해 그들이 맞닥뜨린 문제들을 더 총체적으로 이해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함이다. 다른 말로, 시트라가 제안하는 문제의 영역은 공공디자인을 넘어 의료, 노령화, 교육, 지속가능성 등 70년대 호스트 리텔(Horst Willhelm Jakob Rittel)과 멜빈 웨버(Melvin M. Webber)가 소개한 광의의 난제(Wicked Problem)를 다루는데 있어 그간 발전되어 온 디자인 방법론과 도구들을 적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HDL Global 2013이 특별했던 이유는 이것이 마지막 HDL Global이었다는 것 뿐 아니라 HDL Global 2008, 2010, 2012가 모두 초대를 통한 비공개 행사였는데 반해 누구나 신청을 통해 참석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시트라의 전략디자인 부서의 리더 마르코 스테인버그(Marco Steinberg)의 인삿말로 시작된 HDL Global 2013은 세계 각국에서 초청된 강연자의 발표 일정으로 이어졌다.
Alejandro Gutierrez(칠레), Designing with Communities.
한때 세계적인 건축, 도시계획 컨설턴트인 애럽(Arup)의 파트너였던 칠레의 도시설계 건축가 알레한드로(Alejandro)는 현재 원유시추로 총생산은 높으나 도시개발이 되지 않아 기하급수적인 산업의 확대에도 대부분의 세입이 주변의 다른 도시나 수도로 빠져나가고 도시가 슬럼화 되고 있는 안토파가스타(Antofagasta)의 도시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빠르고 효과적이고 지속가능한 도시의 성장을 위해 코디자인(Co Design)등을 활용한 사례를 소개하고 그러한 새로운 도시계획 과정을 실현하기 위해 새로운 협력 구조를 제안하고 실현해야 했던 그의 경험을 발표했다.
Timo Arnall(노르웨이, 영국), Seeing the Invisible
영국의 인터렉션 디자인 스튜디오 버그(Berg)의 파트너이자 오슬로 건축학교의 PhD 과정을 밟고 있는 티모(Timo)는 보이지 않는 신호를 보이게 하는 것과 그를 통해 새로운 대화를 끌어내는 과정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는 무선인터넷 신호, GPS 신호, RFID 신호를 저예산의 LED 장치를 통해 시각화하고 타임랩스 (Time Lapse) 사진과 동영상을 통해 도시계획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Christian Bason(덴마크), Innovation in Public Services
덴마크의 준 정부기관이자 정부를 위한 컨설턴트인 마인드 랩(Mind Lab)을 이끄는 크리스티앙(Christian)은 마인드 랩의 시작과 현재를 소개하고, 정부를 위한 디자인이 비전을 가지는 것과 함께 동시에 현실적이 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Lärke Johns(스웨덴), The Ethics of Public Sector Innovation
스웨덴 고등교육 교과과정 리더십 위원(The Association of Swedish Higher Education on the Steering Committee for The Leadership in Academy Programs)이자 철학자인 랠케는 공공영역 혁신과 그 과정중의 시민참여의 도덕적 측면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했다.
Indy Johar(영국), Designing Platforms from Innovation
허브 웨스트미니스터(Westminster) 프로젝트와 위키하우스에 깊이 관여해 온 인디 조하르(Indy Johar)는 혁신을 위한 플랫폼을 만드는데 기여해 온 자신의 경험을 나누며 건축을 넘은 건축의 힘을 강하게 피력했다. 허브 프로젝트는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지역 공동체 혁신을 위한 플랫폼이며, 위키하우스는 오픈소스 건축디자인 프로젝트로 누구나 기여하고, 다운로드 받아 CNC 머시닝을 이용해 저예산으로 집이나 임시건물을 지을 수 있게 하는 플랫폼이다.
Chelsea Mauldin(미국), Embedding Design in Public Institutions
첼시(Chelsea)는 미국의 공공의 영역에서 퍼블릭 폴리시 랩(Public Policy Lab)의 디자인 방법론이나 도구를 활용해 온 프로젝트들을 소개하고 그에 앞선 복지를 위한 정책과 예산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Carl Mosfeldt(스웨덴), Large Scale Social and Market Transformations
Two Points Martin Lorenz & Lupi Asensio(독일, 스페인), Visual Systems
HDL의 시각정체성을 담당해 온 스페인의 디자인 스튜디오 투 포인츠(Two Points)의 마틴(Martin)과 루피(Lupi)는 지난 5년간의 작업을 소개하며 공공영역에서 시민들과 혹은 유관자(Stakeholder)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시각화하고 일관적으로 적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하고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 동안 TwoPoints Martin Lorenz & Lupi Asensio가 기획해 온 HDL의 포스터
이 외에도 HDL에 몸 담았던 전략디자이너 브라이언 보이어(Bryan Boyer), 그리고 현재는 베네통의 다학제적 커뮤니케이션 리서치 센터인 파브리카(Fabrica)의 CEO인 전 HDL 전략디자이너 댄 힐(Dan Hill)이 각각 HDL이 이제까지 생산해 왔던 프로젝트, 자료, 이벤트와 그들의 전략적 측면을 각각 소개했다.
HDL은 지난 5년간 전략 디자인이라는 낯선 개념을 소개하기 위해 꾸준히 블로그를 운영하며 시트라의 전략 디자인 부서 내외의 활동을 세밀히 공개하고 전략디자인 케이스 스터디를 소개하기도 했다. 또한 그 결과물들을 출판을 통해 소통해 오기도 했는데, 그 중 2010년의 HDL Studio를 소개한 구조적 변화를 위한 레서피(Recipe for Systemic Change)나 최근 강조해 온 Stewardship과 그 동안의 케이스 스터디를 기술한 명확한 사례들(Legible Practices)은 HDL 블로그에서 PDF 형태로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다.
HDL Global 2013은 헬싱키 음식 문화 공간 떼우라스따모(Teurastamo)의 께로할리(Kellohalli) 건물에서 열려 국내외 다양한 방문객을 맞이하였다. 께로할리는 까라사따마(Kalasatama) 지역에 위치한 옛 도살장으로 한동안 사용되지 않다가 작년 음식과 관련 문화를 중심으로 한 복합 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나, 지역 먹거리에 관련한 행사를 비롯해 다양한 문화행사를 유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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