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치가 온 것은 오후 1시였다. 나는 마침 간단히 점심을 끝내고, 소파에 앉아 담배를 한 대 피우고 있던 참이었다. 집안에는 나밖에 없었다.
현관의 벨이 딩동댕 해서 내가 문을 열다 거기에 강치가 서 있었다. 별로 특징이 있는 강치는 아니다. 아주 보통의,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강치다. 아르마니의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것도 아니고, 브룩스 브라더스의 스리피스를 입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는 아주 평범한 옷을 입고 극히 평범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말한다면, 대개의 강치는 보통의 얼굴을 하고 보통의 옷을 입고 있다. 그런 점에서, 강치라고 하는 동물은 10여 년 전의 인민복을 입은 중국인처럼 보이지 않는 것도 아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라고 그 강치는 말했다.
"혹시 바쁘신 걸 방해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 아니, 그다지 특별히 바쁜 건 아니지만." 하고 나는 당황해서 말했다.
별로 당황할 이유 따위는 없다. 나는 강치란 동물을 앞에 하면, 나는 이유도 없이 어쨌든 당황해 버리는 것이다. 혹시 거기에는 뭔가 잠재적인 정신적인 요인이 있을지도 모른다. 유아기에 뭔가 커다란 트라우마(후유증을 남길만한 정신적 외상) 같은 것을, 나는 강치에 대해서 갖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쨌든 나는 강치나 종족에 대해 아무리 해도 아주 예사스럽고, 당연하게 대응할 수가 없는 것이다.
"정말 건방진 부탁이라고 생각합니다만, 혹시 괜찮으시다면 그저 10분정도 시간을 내 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만." 하고 그 강치는 정중한 어투로 말했다.
"이러한 부탁이 뻔뻔스럽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점을 부디 이해하시고 온정을 베풀어 주신다면, 저희들로서는 기쁘기 그지없겠습니다." 라고 강치는 조용하게 덧붙였다.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보는 듯한 말투도 질색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그 강치를 요령 있게 문간에서 쫓아 버릴 수가 없었다. 미안하지만 이제 곧 손님이 올 거니까 다음번에 다시 오라든가, 지금 마침 전화를 걸고 있는 중이라든가 해서, 강치를 그럴 듯하게 쫓을 수도 있었다. 그래도 나는 그것을 할 수가 없었다. 강치가 상대가 되면 나는 웬일인지 하고 싶은 말도 하지 못하게 된다. 뭐가 뭔지 모르는 채로 나는 강치를 방에 안내해서 컵에 찬 보리차를 따라 대접했다.
"아니 조금도 신경 쓰지 마십시오."라고 강치는 말했다.
"정말로 황송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정말 잠깐이면 됩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강치는 맛있게 보리차를 반 정도 마시고, 주머니에서 하이라이트를 꺼내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그런데 더운 날이 계속되는 군요." 나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뭐 아침 저녁은 약간 지내기 편한 것 같아요."
"예, 역시 9월이니까요."
"그런데 그 뭐랄까요, 고교야구도 끝나 버렸지. 프로야구도 거인팀의 우승이 결정된 거나 마찬가지지, 뭔가 분위기가 고조되니 않네요. 한신팀이 조금 더 잘해 주면 센트럴 리그도 재미있게 될 텐데요. 역시 무라야마, 에나츠 둘이서 투수를 했을 때가 재미있었어요. 야구도 뭐랄까, 좀 스케일이 작아져 버렸어요."
"예, 확실히 그래요." 라고 나는 말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나는 야구 따위에는 전혀 흥미가 없다. 그러나 그런 것을 말할 수는 없다. 그들은 야구에 대해 정말로 자세히 알고 있다. 누구의 타율이 얼마고, 어느 피처의 연봉이 얼마인지, 그런 것에 쓸데없이 정통하다. 만일 내가 야구에 흥미가 없다고 말하면, 강치는 몹시 혼란해 질 것임에 틀림없다. 어쩌면 몹시 상처받았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강치는 다 알겠다는 얼굴로 응응 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방을 빙 둘러 보았다.
"실례지만, 혼자 사시는지요?"
"아뇨, 집사람이 잠시 혼자서 여행을 떠났기 때문에." 나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 쓸데없는 말을 했구나 하고 후회했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강치는 역시라는 얼굴로 고개를 몇 번이나 끄덕였다.
"허어, 부부가 따로 따로 휴가라, 그거 상당히 좋은데요. 뭐, 부부라고해도 하나하나의 인간이니까, 뭐랄까, 자유를 존중한다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그건 정말로 그렇습니다. 자유와 신뢰가 있기 때문에, 진정한 인간관계란 것이 맺어지는 것입니다."
강치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 의미 있는 듯한 표정으로 몇 번이나 끄덕였다.
그러나 강치의 손에 건네진 명함이라면, 이건 또 다른 문제이다. 나는 강치에게 명함을 건네 준 탓에 대단히 귀찮은 일을 당한 사람을 몇 명인가 알고 있고, 나 자신도 그와 비슷한 경험을 한 적도 있다. 잘 알다시피, 강치에게 있어 명함이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들은 어떤 종류의 새가 유리구슬을 모으듯이, 열심히 명함을 모으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것에서 뭐랄까 종교적이라 말해도 좋을 만한 가치를 찾아내는 것이다. 그것이 도대체 어떤 종류의 가치이고, 그것이 어떤 식으로 그들에게 도움이 될까, 그런 것은 나는 알 수가 없다. 누구도 모른다. 강치밖에 모른다. 그럴지라도 강치는 명함이라는 한 장의 종이쪽지 속에서 실로 여러 의미를 추출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들은 그것에서 당신에 관한 모든 사실을 알아낸다.---고 그들은 믿고, 또 주장한다. 그건 말 같지도 않다고 나는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본래 한 장의 종이쪽지에서 인격이란 것을 알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도 강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명함 교환이란 것은, 강치에게는 대단히 중요한 의식인 것이다.
"제 친구가 얼마 전에 명함을 받았다고 하던데."라고 강치는 말했다.
"아, 그러세요." 라고 나는 시치미를 뗐다.
"몹시 취했기 때문에 기억이 안 나는데요."
"그래도 그 친구는 매우 기뻐했습니다." 나는 적당히 얼버무리고 보리차를 마셨다.
"그런데, 저어, 이처럼 갑자기 찾아뵙고 부탁드리는 것이 정말 마음 괴롭습니다만, 이것도 명함이 맺어 준 인연이라고......"
"부탁?"
"예, 대단한 건 아닙니다. 그, 말하자면, 강치란 존재에 대한 선생님의 상징적 원조를 받을 수 있다면, 하는 정도입니다."
강치란 동물은 대개 상대를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나는 강치에게 선생님이라고 불릴 때마다 몹시 기분이 나빠진다. 그렇지만 선생님이라 부르지 말라고는 아무래도 말할 수 없다. 아까도 말한 것처럼 강치 앞에 서면, 나는 하고 싶은 말을 잘 할 수 없게 되어 버린다.
"상징적 원조?"라고 나는 되물었다.
"말씀드리는 게 좀 늦었습니다."라고 말하고 강치는 가방에서 바스락거리며 명함을 꺼내, 몹시 소중한 듯이 나에게 내밀었다.
"이런 사람입니다."
"강치 축제 실행위원장."하고 나는 직함을 소리 내어 읽었다.
"강치 축제에 관해서는 이미 들어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만......"
"예, 그건 뭐."라고 나는 말했다.
"이야기는 전부터."
"강치 축제란 글자 그대로 강치의 축제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단지 강치들이 모여 떠들썩하게 축제를 하면 된다는 시대는 끝났다고 말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시대는 그런 독선적이고도 자기 충족적인 동호회의 귀결을 용인하지 않습니다. 범위를 한정해서는 안 됩니다. 그렇습니다. 축제란 사람과 사람이 휴먼하게 접촉하는 것입니다. 안으로가 아니고 밖으로 밖으로 확대해 가야만 합니다. 즉, 이 전통 있는 이벤트를 단지 강치를 위한 것만이 아니고, 훨씬 보편적인, 훨씬 유니버셜한 것으로 부연하고 싶다는 것이 우리들의 기본적인 취지입니다."
"허어."
"축제란 어디까지나 축제에 불과합니다. 그렇지요? 화려하기는 하지만, 그건 말하자면 연속도니 행위의 표상적 귀결의 하나에 불과한 것입니다. 진정한 의미는, 즉, 우리들의 아이덴티티로서의 강치성을 확인하는 작업은, 이 행위의 연속성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입니다. 축제란 어디까지나 그 추인 행위에 불과한 셈입니다."
"추인행위?"
"요컨데 말이죠, 즉 세상에서 강치란 존재는 오늘날에는 혹시 미미한 의미밖에 가지지 않을지 모릅니다. 그렇습니다. 강치란 것이 지금 이 현실 세계에서 명확한 뭔가를 의미하고 있을까요? 결국 강치입니다. 결국 강치일 뿐입니다. 그러나 --- 그러나 말입니다."
강치는 거기서 효과적으로 말을 끊고 재떨이 속에서 타고 있는 하이라이트를 힘주어 비벼 껐다.
"그러나 세계란 것은 현실로서 강치를 포함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지요? 확실히 강치에겐 지난 날의 기세는 없을 지도 모릅니다. 그렇습니다. 그러나 강치에겐, 강치밖에 짊어질 수 없는 것을 짊어지고 있다는 자부가 있습니다. 그건 선생님도 이해하실 거라고......"
"아니, 그런 이야기는......"
"아, 죄송합니다. 그만 조급해지는 바람에 쓸데없는 걸 말씀 드려서."라고 강치는 말했다.
"즉 제가 정말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말입니다, 사랑입니다. 그렇지요. 사랑없이 이해는 없습니다. 이해 없이 사랑도 없습니다. 우리들은 그런 글로벌한 사랑을 키우고 싶은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들이 목표로 하는 것은 사랑에 의해 지탱되는 광휘 있는 강치 르네상스입니다. 강치가 강치다라는 그 사실에 의해, 그걸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에 의해, 우리들은 진실로 재생되는 것입니다. 강치란 것은 선도 아닙니다. 악도 아닙니다. 영광도 아닙니다. 치욕도 아닙니다. 강치는 강치다라는 생각에 입각함으로써 진정한 강치가 되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강치의 르네상스인 동시에 세계의 르네상스가 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은, 지금까지는 극도로 폐쇄적이었던 강치축제를 근본적으로 변혁해, 세계를 향한 메시지, 혹은 그 발판으로서의 강치 축제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말씀은 잘 알겠습니다."라고 나는 말했다.
"구체적으로......"
"장대한 데자부입니다."라고 강치는 천장을 올려다보듯이 하고 말했다.
"말씀드리자면, 언젠가 본 꿈입니다. 그렇습니다. 꿈이란 것은 언젠가 본적이 있어야만 비로소 힘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나는 뭐가 뭔지 잘 모르는 체로 고개를 끄덕였다. 전형적인 강치 레토릭(수사법)이다. 강치는 언제나 이런 식으로 말한다. 어쨌든 강치에겐 말하고 싶을 만큼 말하게 하는 것이 제일이다. 특별히 그들이 악의가 있는 것은 아니고, 단지 말하고 싶을 뿐인 것이다.
결국 강치가 이야기를 끝낸 것은 2시 반을 조금 지났을 때로, 나는 이미 완전히 지쳐 버렸다.
"간단히 말씀드리면, 이런 정도 입니다."고 말하고 강치는 태연히 미적지근해진 보리차를 다 마셨다.
"매우 간편한 설명이라 정말 마음이 아프지만, 대강은 아셨겠지요?"
"요컨대 기부금을 모집하고 있으신 건가요?"라고 나는 눈 딱 감고 물어 보았다.
"아니, 당치도 않아요. 그런 걸 말씀드리고 있는 게 아닙니다."라고 강치는 상냥하게 말했다.
"그렇지만 말이지요, 물론 선생님께서 어디까지나 자연스러운 발로로 찬동하시고, 또 얼마간이나마 물질적인 원조를 해 주신다면, 천국의 강치에게 격려가 될 것은 틀림없다고 주제넘게도 생각해 봅니다만......"
나는 지갑에서 천 엔짜리를 두 장 꺼내 강치 앞에 놓았다.
"적어서 미안하지만, 지금 이것밖에 없습니다. 아침에 보험료와 신문 대금을 지불해서."
"아니, 아니에요."라고 강치는 얼굴 앞에서 부자연스럽게 손을 휘휘 저었다.
"그렇게 말씀하지 마세요. 그런 말씀하시면, 저 같은 건 어딘가 구멍이 있으면 아무래도 좋으니까 그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기분입니다. 정말입니다. 저희들로서는, 좋아, 강치를 좀 응원해 주자, 라는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만으로 벌써 비할 데 없이 기쁩니다. 아니, 아니, 이건 금액의 문제 따위가 아닙니다. 당치도 않습니다."
강치가 돌아간 뒤에는 [강치회보]란 얄팍한 기관지와 강치 스티커가 남겨져 있었다. 스티커에는 강치 그림과 [메타포로서의 강치]란 문구가 인쇄되어 있었다. 나는 그 스티커를 처치하기가 곤란해 마침 근처에 주차 위반한 빨간 세리카의 프린트 글라스 한가운데에 붙여 두었다. 매우 강력한 스티커라 떼어내는 데 고생했을 거라고 생각한다.